- 재검토위, 의견수렴결과 발표

2022년3월 가동중단위기 넘겨
정부, 권고안 반영해 최종 결정

“정부 脫원전 정책이 만든 논란
국민들 분열·분란만 부추긴셈”

경북 경주 월성 원자력 발전 2∼4호기가 가까스로 가동을 이어나갈 전망이다. 지역 주민들이 가동 유지 여부를 좌우할 사용후핵연료 임시 저장시설(맥스터) 증설 표결에서 찬성에 더 많은 표를 던진 덕분이다.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이미 허가가 나 부지까지 마련된 데다 임시 시설일 뿐인 맥스터 증설 문제를 공론화 대상에 올린 것 자체가 애초 어불성설이었다”며 “무리한 탈(脫)원전 정책으로 또다시 소모적 논쟁을 일으키고, 국민 분열·분란만 부추겼다”는 비판이 나온다.

사용후핵연료 관리정책 재검토위원회(재검토위)와 지역 실행기구는 24일 오전 경북 경주시 감포읍복지회관에서 이 같은 내용의 ‘월성 원전 임시 저장시설 확충에 대한 지역 의견 수렴 결과’를 발표했다.

투표에 참여한 주민 145명 중 81.4%(118명)가 ‘찬성’ 표를 던졌다. ‘반대’가 11.0%(16명)였고, ‘모르겠다’는 답은 7.6%(11명)였다. 지역 주민들로 구성된 145명의 시민 참여단(무작위로 추출된 3000명 가운데 연령·성별을 고려해 선정)은 6월 27일부터 3주간의 숙의 학습 과정을 거쳐 지난 18∼19일 종합 토론 끝에 맥스터 증설에 관한 찬반 의견을 냈다. 재검토위는 “시민 참여단을 거주지역, 연령, 성별, 직업, 학력, 소득수준 등으로 구분하더라도 모든 영역에서 찬성 비율이 최소 65% 이상으로 조사됐다”며 “특히 찬성 비율이 숙의 학습을 거치며 상승(58.6%→80.0%→81.4%)했다”고 설명했다. 재검토위는 이날 발표를 토대로 한 권고안을 산업통상자원부에 내고, 산업부는 이를 바탕으로 증설 여부를 확정 지을 예정이다. 산업부 최종 결정이 남아 있긴 하지만, 그간 정부가 재검토위 권고안을 반영하겠다는 의사를 나타낸 만큼 증설이 추진될 것으로 보인다.

이날 발표에 따라 내달 새 맥스터가 착공되면 산업단지가 밀집한 대구·경북 전력 소비의 22%를 담당한 월성 2∼4호기는 중단 없이 가동을 이어갈 수 있게 된다. 원전을 가동하려면 발전에 쓴 핵연료(사용후핵연료)를 보관할 장소가 필요한데 월성 2∼4호기 저장시설은 이미 올 3월 기준 95%가 차 2022년 3월이면 포화할 것으로 추정된다. 맥스터 공사 기간이 1년 7개월가량인 점을 고려하면 당장 다음 달 착공에 돌입하지 않을 경우 원전을 멈춰 세워야 했을 수 있다는 의미다.

이날 간신히 한숨을 돌리게 됐지만 일각에서는 정부의 탈원전 정책이 또다시 불필요한 논란을 초래했다는 지적도 나온다. 손양훈 인천대 경제학과 교수는 “맥스터는 원전에 대한 찬반이 아닌, 전기를 사용하는 사람들이 책임져야 할 문제였다”며 “증설하지 않으면 엄청난 전력난에 빠지는데 공론화 대상이 된 것 자체가 처음부터 말이 안 된다”고 말했다. 정범진 경희대 원자력공학과 교수는 “이미 승인이 나 부지에 시설을 확충하는 문제를 공론화 대상에 포함한 것은 원전 발목잡기에 불과했다”고 평가했다. 운영사인 한국수력원자력은 2016년 4월 맥스터 증설을 위한 운영변경허가를 원자력안전위원회에 신청하고 올 초 승인을 받았다.

박수진 기자 sujininvan@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