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검찰청과 서울중앙지검이 ‘검언유착 의혹’ 수사와 ‘박원순 전 서울시장 성추행 의혹’ 보고 누락 등을 놓고 정면충돌하고 있다.

23일 문화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대검 형사부 실무진은 이르면 이날 오후 검찰수사심의위원회에 검언유착 의혹 사건과 관련해 이동재 전 채널A 기자·한동훈 전 부산고검 차장(검사장)의 경우 강요미수 혐의가 성립하지 않는다는 의견서를 제출할 것으로 파악됐다. 의견서에는 이 전 기자와 한 검사장 간의 2월 13일 부산 녹취록, 이 전 기자와 제보자 X 사이에 이뤄진 대화록 등을 종합해 봤을 때 한 검사장이 이 전 기자의 유시민 노무현재단 이사장에 대한 취재 등에 대해 “관심 없다”고 말한 만큼 두 사람에 대한 강요미수죄 성립은 어렵다는 취지의 내용이 담길 것으로 전해졌다.

대검 실무진은 수사심의위가 회의 당일 의견서 제출을 승인하면 곧바로 대검의 입장이 담긴 의견서가 검토될 수 있도록 사전에 제출하는 방안을 마련한 상태다. 반면 서울중앙지검 수사팀은 이번 사건을 이 전 기자와 한 검사장이 공모해 여권 인사 비리를 캐려 한 검언유착 사건이라고 보고 있어 윤석열 검찰총장과 이성윤 서울중앙지검장 간의 갈등은 더욱 커질 전망이다.

박원순 전 서울시장 고소 사실에 대한 유출 의혹과 관련해 서울중앙지검이 해당 사건의 피소 사실을 경찰보다 먼저 인지하고도 이를 대검에 보고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져 논란이 확산하고 있다. 대검은 해당 사건을 서울중앙지검이 인지하고도 이를 2주일 넘도록 보고하지 않은 이유를 파악하고 있다. 대검은 유력인사 사건의 경우 법무부 장관과 검찰총장에게 보고하도록 규정한 ‘검찰보고사무규칙’을 위반했는지도 들여다보고 있다.

서울중앙지검은 “고소 사실이 외부에 유출되지 않았다”고 밝혔고, 법무부는 “서울중앙지검으로부터 어떤 형태로든 보고받지 못했다”고 설명했다. 서울중앙지검이 박 전 시장 피소 사건을 인지한 지난 7일은 검언유착 의혹 사건을 두고 윤 총장이 추미애 법무부 장관 및 이성윤 서울중앙지검장과 대립하던 시기였다.

염유섭·이해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