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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르문학 성수기 여름, SF도 후끈

장르 문학 성수기인 여름철을 맞아, 과학소설(SF) 시장도 본격적으로 뜨거워지고 있다. 한국 독자들만을 위한 해외 거장의 한국판 오리지널 단편선부터 SF계 ‘작가들의 작가’의 생애 마지막 소설, 페미니즘 SF 선구자의 비평집까지. 그 상상력의 크기만큼이나 다채롭다.

휴고상, 네뷸러상, 세계환상문학상을 모두 받으며, 동시대 가장 주목받는 SF 작가로 떠오른 켄 리우. ‘종이 동물원’으로 국내에도 많은 팬층을 확보한 그의 미출간 단편 중 12편을 엄선한 ‘어딘가 상상도 못 할 곳에, 수많은 순록 떼가’(황금가지·왼쪽 사진)는 오로지 한국 독자들만을 위한 책이다. 데뷔작인 ‘카르타고의 장미’를 비롯해 스페인의 권위 있는 이그노투스상을 수상한 ‘사랑의 알고리즘’, 한글에서 영감을 얻은 ‘매듭 묶기’, 표제작이 포함된 ‘싱귤래리티 3부작’ 등이 포함돼 있다. 시간과 공간, 차원을 초월한 다양한 형태의 가족들을 등장시켜 죽음과 영생, 인종과 문화의 충돌 등 현대인들의 관심사를 흥미롭게 풀어낸다.

‘SF 작가들의 작가’로 불리는 옥타비아 버틀러의 생애 마지막 소설 ‘쇼리’(프시케의숲·가운데)도 국내 초역으로 출간돼 눈길을 끈다. “뱀파이어 이야기를 혁신했다”는 평가를 듣는 작품으로, 겉모습은 소녀로 보이는 50대의 흑인 뱀파이어 주인공이 자신의 정체성을 찾아 나가는 이야기다. 미국에서 작가 사망 1년 전인 2005년에 출간된 책으로, 말년에 버틀러의 소설 세계가 다다른 곳을 가늠할 수 있다. 시리즈물을 주로 쓴 버틀러에겐 ‘킨’과 함께 유일한 단행본이기도 하다.

‘SF는 어떻게 여자들의 놀이터가 되었나’(포도밭·오른쪽)는 2011년 작고한 SF 작가이면서 비평가, 페미니스트였던 조애나 러스의 SF 비평집이다. 페미니즘 SF의 선구자이자, 자신의 소설과 비평을 통해 SF 장르를 새롭게 정의했던 러스의 자유분방한 사유 방식을 엿볼 수 있다. 책은 ‘미래를 바라보는 양식’으로서의 SF가 어떻게 과거의 억압과 굴레로부터 해방되고자 하는 이들의 ‘놀이터’가 될 수 있었는지를 분석한다. SF를 통해 더 나은 세계를 꿈꾸는 모든 SF 작가와 독자들에게 귀중한 유산으로 남을 책이다.

박동미 기자 pdm@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