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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창무 한양대 도시공학과 교수

얼마 전 정부의 7·10 부동산 대책에 대한 TV 토론에 참여한 적이 있다. 같이 패널로 참여한 한 여당 국회의원은, 모든 가구가 주택을 1채씩 소유해야 하고, 그 걸림돌로 작용하는 다주택자라는 투기자들은 시장에서 사라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 전월세 주택은 누가 공급하느냐는 질문에는 공공임대주택으로 정부가 공급하면 된다는, 무책임하다기에는 신념에 찬 답변을 내놨다. 현 정부의 속내가 그 정도는 아닐 것으로 생각했는데, 시장에 반(反)하는 신념이 드러나니 분노를 넘어 허탈해졌다. 그런 편협한 시각의 결정체로 등장한 것이 7·10 대책이다.

7·10 대책에는 대통령이 요구했던 공급 대책은 제시된 게 없다. 관련해 뜻밖에 비보도 있었지만, 모든 얼개가 갖춰지지 않은 대책을 왜 또 그리 섣부르게 발표했나 하는 안타까움이 든다. 이번 대책의 핵심은 누가 뭐래도 극단적인 선택이 합쳐진 다주택자를 표적으로 한 조세대책이다. 종부세의 최고세율을 6%로, 취득세의 최고세율을 12%로, 양도소득세를 72%로 올려 다주택자를 빈털터리로 시장에서 몰아내겠다는 독기를 뿜는 수치들이 나열됐다. 어느 나라 주택시장이든 3분의 1 정도는 임차가구를 위한 주택이 있고, 그 임차주택들을 제공하는 가장 중요한 주체가 다주택자들이다. 그런 민간임대주택 공급자들을 몰살해 신체 장기 중 30%가 도려내진 주택시장이 어떻게 작동할 수 있을지 상상이 안 된다.

그 독기어린 수치들의 의미를 간단하게 살펴보자. 주택 관련 조세제도에 관해 각국의 상황이나 역사적인 맥락에 따라 보유세가 높은 나라는 취득세가 낮고, 취득세를 높게 설정한 나라는 양도세를 낮추는 균형을 맞추게 된다. 한 예로, 다주택자 12% 취득세율의 근거로 언급된 싱가포르의 경우 다주택 여부와 상관없이 3년 이상 보유하면 양도소득세가 부과되지 않는다. 다주택자에 대한 양도소득세도 독일 같은 경우는 10년을 보유하면 면제해 준다. 그런데 이번 7·10 대책은 세계 각국에서 발견되는 희귀 맹수에다 국내 자생의 돌연변이 맹수를 모아 놨다.

그중에서 자생 맹수인 종합부동산세는 프랑스 부유세와 비교해도 그 지나침이 드러난다. 프랑스의 부유세는 최고세율이 1.5%이고, 그 과표 금액도 부채를 제외한 순자산액이다. 그런데 우리는 6%가 최고 세율이다. 다양한 형태로 존재하는 보유세는 과연 어느 정도가 그 상한일까. 적지 않은 나라에서 보유세를 임대가치의 일정 비율을 징수하는 형태로 운영한다. 프랑스의 경우 임대가치(연 임대료)의 20∼30% 수준이다. 이를 국내 아파트에 적용하면 임대수익률(연 임대료/가격)이 약 3%이므로 가격 대비 보유세의 최고 실효세율은 1% 정도 된다. 그런데 3%를 넘어선 6%의 종부세는 그 주택에서 발생하는 이용 가치를 넘어선 과세로, 그 합헌성은 한 번쯤 따져봐야 할 문제다.

이번 맹수 3형제가 다주택자를 잡을지, 최소한 부동산정책에 관한 한 브레이크가 망가진 채 돌진하는 기관차인 정부·여당을 잡을지는 지켜볼 일이다. 작금의 급등하는 주택시장이 얼마나 갈지 모른다. 이미 선진국에서 진행되고 있는 코로나19 사태로 인한 주택시장의 침체를 우리도 피해 가기 힘들 것이다. 그런 시장 상황이 되면 주택시장의 불안이 경기 전반에 미치는 악영향을 막기 위해 정책적 변화가 필요할 것이다. 그런 유연한 대처가 어려울 대못을 박지 말았으면 한다. 그래야 시장도 정부·여당도 다치지 않고 해피엔딩으로 마감할 수 있지 않을까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