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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귀옥 (1942∼2020)

우리 엄마의 기나긴 고통의 여정이 마무리됐다. 8개월 넘는 입원 기간 너무 힘들어하고 아파하던 엄마의 모습이 보기 괴로웠다.

한번은 병동에 있을 때 염증 수치가 안 내려가고 고열과 온몸의 통증으로 고통을 겪을 때였다. 수치가 떨어져야 수혈받을 수 있는데 계속 열은 안 떨어져서 머리카락이 젖을 정도로 땀을 흘리셨다. 가래도 심하고 힘들어하셔서 간호사실에 옮겨놓고 계속 얼음팩을 하면서 지켜봤다. 밤 8시가 넘어서 열이 조금씩 떨어지기 시작했는데 난 월차인 날에 내려갔기에 다시 서울로 와야 해서 시간 여유가 많지 않았다. 열이 떨어지고 수혈하는 것까지 보고 오려고 기다렸다. 9시 가까이 됐을 때 엄마는 열이 떨어지면서 정신도 좀 차리셨다. 엄마는 괜찮다며 늦었다고 빨리 가라고 하셨다.

담당 간호사에게 부탁해 놓고 엄마 얼굴과 손을 닦아드리고, 사랑한다고 안아드렸다. 사실은 엄마에게 안기고 싶어서였다. 아픔을 혼자 다 겪어야 하는 엄마를 홀로 두고 걸음이 안 떨어져서 몇 번을 더 돌아보면서 와야 했다. 그런 나에게 엄마는 힘도 없을 텐데 손을 들어 흔들어 주셨다. 지금도 그 모습이 너무 생생하다. 사랑하는 나의 엄마. 같이 있어 주지 못하는 내가 원망스러웠다.

그렇게 고통만 안고 아파하다 어버이날 엄마는 우리 곁을 떠나셨다. 엄마에게 달려가는 중이었지만, 너무도 안타깝게 마지막 가시는 길을 함께하지 못했다. 큰오빠 전화를 받고 제발 아니길 바랐다. 전화를 끊고 병원에 도착할 때까지 대성통곡했다. 그날은 비도 많이 내렸다. 내 눈물도 비처럼 쉬지 않고 쏟아졌다. 운전에 더 신경 썼다. 사고라도 나면 엄마를 못 볼까 봐 병원 도착 때까지 최대한 정신 차리고 가야 했다. 어린아이처럼 엄마! 엉엉 울면서 병원으로 뛰어들어 갔다. 병실로 들어섰을 때 엄마는 편히 자는 듯했다. 정신없이 엄마를 안고 울었다. 잠시 후 간호사들이 들어와서 상황을 정리하고 다시 뵙게 해준다고 해서 복도로 나왔다. 울음이 그치지 않았다. 엄마가 잠든 게 믿어지지 않았다. 더 아파하지 말고 쉬셔야 하는 것도 알았지만 보내기 싫었다. 밤 12시가 넘어서 영안실에 안치하고 장례 절차 때문에 사무실로 갔는데 병원 사정상 시간이 안 맞아서 다른 병원으로 옮기기로 하고 엄마를 다시 차에 태웠다.

난 차 옆에서 오빠들을 기다리고 있었는데 비가 아까보다 더 쏟아졌다. 하늘도 내 맘처럼 슬프고 엄마처럼 억울했던 것 같다. 대신 엄마가 하늘로 떠나시던 날은 날씨가 너무 쾌청하고 좋았다. 바람이 좀 불었지만, 하늘은 더없이 맑았다.

엄마, 한평생 너무도 고생하셨어요. 부디 평안한 곳으로 가셔서 그곳에선 엄마 하고 싶은 거 하면서 맘껏 편히 쉬세요. 난 엄마만 허락하면 또 엄마 딸 할래요.

사랑해 엄마. 부르고 싶어도 부를 수 없는 내 엄마 잘 가.

딸 이상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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