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크게보기 고인이 된 이미애(왼쪽).

이미애(1978∼2008)

12년 전인 2008년 10월 6일. 낮에 전화 한 통이 걸려왔다. 그때 당시 전화 건 사람은 너의 남자친구였지. 전화 번호는 분명 너의 번호였는데, 목소리는 오빠였어. 흐느끼며 말을 하는데 처음엔 평소에 하던 장난인 줄 알고 나도 웃으며 받아줬었어.

첫마디가 “미애가 죽었어.”

“무슨 소리야? 장난치지 말고 옆에 미애 바꿔.”

그래도 오빠는 계속 흐느끼며 “미애가 죽었어”라고 말했다.

“무슨 소리야? 어제까지도 통화 했는데. 장난치지 마. 무슨 그런 장난을 쳐.”

“아니 진짜 미애가 죽었다고.”

그제야 싸한 기분이 들었지.

“뭐라고? 왜? 왜 미애가 죽어?”

“미애가 새벽에 죽었어. 세상을 등졌어.”

그 말을 듣는 순간에도 설마 그랬는데 내 눈에서는 이미 눈물이 뚝뚝 떨어졌다. 사무실에서 다른 사람 눈치 볼 겨를도 없이 목놓아 펑펑 울었다. 그 길로 네가 있다는 그곳으로 운전할 정신도 없어서 신랑한테 데려가 달라고 부탁해서 도착했지. 도착할 때까지 ‘아닐 거야’라는 희망을 얼마나 많이 가지고 갔는지. 장례식장에 너의 이름을 본 순간 ‘아, 현실이구나. 아니, 아닐 거야.’ 혼자 들어가지도 못하고 한참을 서성이다 들어갔는데 역시나 어머니께서 날 보자마자 “사라야, 사라야 미애가….” 현실을 그제야 비로소 깨달았지.

중학교 3년, 고등학교 3년, 대학교까지 누구 하나 옆에 없으면 그 누군가를 다른 사람들이 찾을 정도로 징글징글하게 붙어 다녔는데 그런 우리였는데. 넌 차디찬 영안실에 난 그런 너의 옆에서…. 그 전날 10월 5일이 내 생일이었는데 그래서 네가 휴대전화 노래선물도 하고. 거리는 있어도 그곳에서 내 생일을 축하해주며 그렇게 기분 좋게 통화도 했는데…. 24시간도 안 돼서 너의 비보를 듣게 될 줄을 너나 나나 알았을까? 미친 듯이 울고 또 울고. 그런데 그거 아니? 너의 영정사진이 몇 달 전 내 결혼식에서 같이 찍은 사진이었다는 걸.

그곳에 있는 너는 여기 생각을 할까? 그곳에도 또 다른 세상이 있는 걸까? 12년이 지난 지금 솔직히 나는 잘 산다. 이렇게 한 번씩 널 생각하면서. 한 해가 지날수록 네 생각이 줄어든다 생각하는데 잊지 말라고 꼭 꿈에 나타나네. 그래서 잊지 못하고 그리움도 추억으로, 추억도 그리움으로 살고 있다. 내 나이 아니, 우리 나이가 벌써 43살. 16살에 처음 만나 16년을 함께 했고, 이렇게 네가 없는 이 세상을 산 지가 십 년이 지나갔어. 앞으로도 나는 잘 살 거고, 너 몫까지 더 잘 살 거야. 샘 부리지 말고 그래도 한 번씩 꿈에 와 줄 거지? 사랑한다. 이미애.

친구 정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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