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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헌 경희대병원 피부과 교수

“건선 때문에 당뇨병이 동반될 수 있다고요?”

진료실에서 건선 환자들에게 가장 많이 받는 질문 중 하나다. ‘건선’ 하면 붉어진 피부와 하얗게 밀려 나오는 각질을 떠올리다 보니, 건선을 건조해서 생기는 피부병만으로 알고 있는 사람이 많다. 미디어의 영향도 있을 수 있는데, 건강 프로그램이나 뉴스에서 다뤄지는 건선은 피부의 병변이나 상태에만 초점이 맞춰지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하지만 건선은 면역체계의 이상에 의해서 발병하는 질환으로, 피부뿐 아니라 전신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전신질환이다. 건선을 앓는 사람이 만성적인 염증성 질환을 동반할 가능성이 크다는 것은 이미 다수의 연구 결과를 통해 입증된 사실이다.

실제로 건선 환자들을 진찰하다 보면 합병증이 동반된 경우를 적지 않게 볼 수 있는데, 그중 대표적인 것이 건선성 관절염이다. 서양에서는 전체 건선 환자 3명 중 1명, 우리나라에서는 10명 중 1명에게 나타날 정도로 흔한 동반질환인 건선성 관절염은 척추, 손발가락, 말초관절 등에 발병해 부종과 통증을 유발하며 환자들의 삶의 질을 크게 떨어트린다. 그 밖에도 건선이 있는 사람들이 일반 사람에 비해 심혈관계질환, 당뇨, 고혈압 등 만성질환의 발생 비율이 높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따라서 피부 증상뿐 아니라 여러 동반질환까지 고려해 치료 방법을 선택해야 한다.

최근에 전신질환으로서의 건선에 대한 연구가 활발해지면서 효과가 높고 포괄적인 치료 방법이 많이 나오고 있다. 그중 생물학적 제제는 PASI score(건선의 중증도를 평가하는 지표) 90% 이상을 개선하는 높은 치료 목표를 제시해 주목받고 있으며 더불어 동반질환 관리나 특수 부위 건선 개선에 있어서도 높은 만족도를 보인다.

물론, 생물학적 제제가 좋다고 해서 모든 환자에게 정답이 될 수는 없다. 사람마다 다른 증상이 있을 수 있고, 함께 동반되는 질환도 각양각색이기 때문에 피부과 전문의와 상담을 통해 본인에게 맞는 치료 방법을 찾는 것이 필요하다. 또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건선이 전신질환임을 이해하고, 건선을 단순히 피부병으로 치부하며 치료를 등한시하는 일이 없어야 한다는 것이다. 평소 피부 위에 비듬처럼 하얀 각질이 겹겹이 쌓여 있거나, 각질을 제거했을 때 피부 표면에 붉은색 반점이 나타난다면 건선을 의심하고 즉시 내원해 전문의와 상담하기를 권한다.

◇ 정기헌 경희대병원 피부과 교수

△대한피부과학회 정회원 △대한피부연구학회 정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