李 “선출되지 않은 사법부 견제”
일부 의원 “성급…부적절” 지적

이수진(서울 동작을)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5일 “다음 주부터 (법관 탄핵 관련) 자료들을 요청할 것”이라며 양승태 대법원장 시절 사법농단 의혹에 연루된 판사에 대한 탄핵 절차를 본격화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하지만 당내에서도 당장 추진할 일은 아니라는 말이 많고, 개인적 감정에 의해 법관 탄핵을 추진하고 있다는 비판론이 확산하고 있다.

이 의원은 이날 CBS 라디오에 출연해 “지금부터 (법관) 탄핵에 대해서 준비하고 있다”며 “선출되지 않은 사법부를 국회가 이제는 제대로 견제해야 하고 그 방법이 탄핵밖에 없기 때문에 제대로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당내 공감대에 대해서는 “저와 같이 법원에 있다 나온 분들은 당연히 해야 한다고 믿고 있고 (많은 의원이) 공감하실 거라 믿는다”고 했다. 이 의원은 전날(4일) 페이스북에 “양승태 사법부에서 법관 인사를 총괄했던 김연학 부장판사가 재판에 나와 저에 대한 인사 불이익을 부정하고 (인사 조치가) 업무 역량 탓이라는 진술을 했다”며 “(김 부장판사는) 법관 탄핵 검토 대상 1순위자 중 한 명”이라고 주장했다. 이 의원은 판사 출신으로, 민주당은 그를 영입하면서 사법농단의 피해자로 소개했다.

이 의원이 21대 국회 초반부터 법관 탄핵을 들고 나왔지만, 당내에서는 성급하다는 평가가 많다. 민주당 핵심 당직자는 “법관 탄핵은 아직 당 차원에서 논의된 적이 한 번도 없다”며 “지금은 때가 아닌 것 같다”고 말했다. 또 다른 당직자도 “법관 탄핵이 21대 국회에서 이뤄질 수는 있겠지만, 지금 들고나와야 할 문제인지는 의문이 있다”고 말했다. 관련자들에 대한 재판이 진행 중이고,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후속 입법 등도 완료되지 않은 상황에서 법관 탄핵을 제기하는 게 부담스럽다는 게 당내의 대체적 기류다. 민주당의 한 의원은 “자신이 직접 관련된 일을 가지고 탄핵을 말한 것은 부적절해 보인다”고 언급하기도 했다.

법관 탄핵은 국회의원 재적 의원 3분의 1 이상의 발의가 있어야 하며 재적 의원 과반 찬성으로 의결된다. 국회에서 탄핵소추안이 의결되면 헌법재판소가 파면 여부를 최종 결정한다.

진중권 전 동양대 교수는 “자신의 정체를 까발렸다고 애먼 사람을 부역자로 몰아 잡아가겠다는 것”이라며 “법관 탄핵을 사적 복수의 수단으로 삼는 이 의원도 국회에서 치워야 하지 않나”고 비판했다.

김병채 기자 haasskim@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