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인종차별 시위 관련 서한
“트럼프의 위험한 행동들에
비판하는 것이 도덕적 책무”

미국 내에서 뜨겁게 달아오르고 있는 인종차별 반대 시위와 이에 대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대처가 도마 위에 오른 가운데 영국·캐나다 등 동맹국 정상들이 입장 표명 요구에 곤욕을 치르고 있다.

3일 영국 인디펜던트에 따르면 야당인 영국 자유민주당 소속 상·하원의원 40명은 최근 보리스 존슨 총리에게 서한을 보내 미국 대통령의 위험한 언어사용과 폭력에 대한 찬양을 비판할 것을 촉구했다. 이들은 서한에서 “침묵하는 것은 분열하는 것”이라며 “미국의 가장 가까운 동맹국으로, 그들의 자유가 위협받고 있을 때 우리는 목소리를 내야 할 도덕적 책무가 있다”고 강조했다. 서한은 앞서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논평을 거부했던 도미닉 라브 외교장관을 거론하며 “조지 플로이드를 추모하는 시위가 9일째 계속되지만, 당신과 장관들은 침묵을 지키고 있다”며 “영국의 외교 정책은 전 세계 인권·민주주의·법치 증진에 노력해야 하며 미국도 예외여선 안 된다”고 덧붙였다. 앞서 존슨 총리는 이날 브리핑에서 “내가 트럼프 대통령과 미국 국민에게 전하고 싶은 말은 인종차별은 의견으로 존중받는 게 아니라 비난받아야 하며, 인종차별주의와 폭력은 우리 사회에서 없어져야 한다”는 모호한 발언을 했다.

존슨 총리는 최근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에 게재한 기고문에서 “만약 중국이 홍콩 국가보안법을 도입한다면 이민법을 개정해 영국 해외시민여권(BNO)을 소지한 홍콩인에게 매년 갱신 가능한 1년짜리 체류자격을 부여하겠다”고 밝혔다가 중국의 반발을 사기도 했다.

역시 미국과 밀접한 관계인 캐나다의 쥐스탱 트뤼도 총리도 비슷한 상황에 직면했다. 트뤼도 총리는 전날 오타와의 총리 관저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어제 사진을 찍으러 가기 위해 최루탄을 쏴서 시위대를 해산했는데, 이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느냐”란 질문에 곧바로 대답하지 못하고 침묵을 지켰다.

박준우 기자 jwrepublic@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