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크게보기 충남 태안의 한 폐가에서 발견된 조선 후기 수군의 군적부의 일부. 국립해양문화재연구소 제공

조선 수군의 명단이 적혀 있는 군적부(軍籍簿)가 태안 신진도의 고가(古家)에서 벽지인 상태로 발견됐다. 국립해양문화재연구소는 4일 충남 태안 안흥진성 인근 신진도의 폐가에서 벽지로 사용된 조선 후기 수군의 군적부를 주민의 신고로 확인했다고 밝혔다.
　
군적부는 조선 후기 19세기에 작성된 것으로, 안흥진 소속 60여 명의 군역 의무자를 전투 군인인 수군(水軍)과 보조적 역할을 하는 보인(保人)으로 나누어 이름, 주소, 출생연도, 신장 등을 기록했다. 손태옥 국립해양문화재연구소 서해문화재과 실무관은 “충청 수군 군적부는 현재까지 서산 평신진 수군 군적부 외에는 알려진 것이 없어서 이번에 발견한 자료는 희귀성이 높다”며 “수군 1인에 보인 1인으로 편성된 16세기 이후 수군편성 체제를 실질적으로 확인할 수 있는 문서”라고 평가했다. 또, “수군 징발보다는 18~19세기 군역 부과 방식인 군포(軍布)를 거두기 위한 목적으로 작성된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신진도 인근 안흥진성에 주둔했던 수군은 주로 유사시 한양을 지원하는 후원군 역할을 했다. 또한, 물살이 빠르고 항해가 어려운 바다인 안흥량 일대(신진도, 마도, 관장목)를 통행하는 조운선의 사고 방지와 통제 임무도 띠고 있었다.
　
연구소는 폐가를 조사하던 중, 상량문(上樑文)에서 ‘도광(道光) 23년’이라는 명문을 발견하고, 건축연대를 1843년으로 판단하고 있다. 도광은 청나라 도광제의 연호로, 도광 23년은 1843년을 이른다. 집은 황토를 바른 한옥으로, 지붕만 슬레이트이다. 손 실무관은 “마을 주민의 증언, 내부 생활 폐기물 등으로 미루어 1960~1970년대까지 사람이 거주했던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군적부는 산책을 하고 있던 한 마을 주민에 의하여 발견됐으며, 신고를 받은 연구소는 폐가가 속한 땅의 소유주를 찾아 이 사실을 알렸다. 군적부 발견에 대한 문화재 포상금은 유물에 대한 감정 평가를 거쳐 최초 발견자와 땅 소유주가 절반 씩 나눠 갖게 된다.
　
한편, 폐가에서는 판독이 가능한 한시(漢詩) 3편도 함께 발견됐다. 신진도 일대는 안흥팔경(安興八景)중 하나로 당시 시객들이 몰려들던 곳으로도 유명하다.

군적부와 한시는 오는 5일 오후 1시 국립태안해양유물전시관에서 열리는 ‘태안 안흥진의 역사와 안흥진성’ 학술세미나에서 공개될 예정이다.

박동미 기자 pdm@munhwa.com

이미지 크게보기 충남 태안의 한 폐가에서 발견된 조선 후기 수군의 군적부의 일부. 국립해양문화재연구소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