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北행동 상응 대응’ 표명 배경

비핵화 협상 의지 밝히면서도
‘先비핵화 後제재완화’명확히

“남북협력·비핵화, 같은 속도로”
文정부에 ‘제재 이탈말라’압박

미국이 북한의 ‘핵전쟁 억제력 강화’ 선언에 대해 ‘대화를 통한 비핵화 원칙’을 확인하면서도 제재 강화나 군사옵션 가능성을 열어두는 경고음을 보냈다. 북한의 발표가 오는 11월 미국 대선을 앞두고 미국 측 양보를 끌어내려는 압박 카드로 판단, 대선 영향력을 차단하기 위해 군사옵션을 포함한 강경 대응 카드를 내비치고 나선 것이다.

로버트 오브라이언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은 24일 CBS 방송 인터뷰에서 “우리는 지난 3년 반 동안 북한과 갈등을 피해왔다”며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김정은과 뛰어난 개인적 외교에 관여해 왔다”고 말했다. 지금까지 미·북 대화의 근간이 된 트럼프 대통령과 김정은 국무위원장 간의 관계를 훼손하는 일을 하지 말라는 대북 경고인 셈이다. 오브라이언 안보보좌관은 북한이 경제 발전을 위해서는 핵을 포기해야 한다는 점을 강조해 ‘선 비핵화-후 제재완화’ 원칙에 변함이 없다는 점도 명확히 했다. 북한과의 비핵화 협상을 이어가겠다는 의지를 재확인하면서도 “북한 움직임에 따라 우리의 대응을 조정할 것”이라면서 제재 강화나 군사옵션 가능성도 열어뒀다. 이는 북한 도발이 미국 대선의 악재로 작용하지 않도록 ‘힘에 의한 평화’ 원칙을 내세워 북한에 강경한 대응을 할 수 있음을 내비친 것으로 풀이된다.

미군 역시 이 같은 기조를 확인하고 있다. 찰스 리처드 미 전략사령관이 지난 20일 발표한 ‘2020년 사령관 구상과 의도’에서 적대국 위협에 맞서 전략적 억지력을 유지하되, ‘억지 실패 시 결정적 대응’을 위한 준비를 갖출 것을 주문한 것이 대표적이다. ‘결정적 대응’은 선제공격 등 군사옵션을 의미한다. 리처드 사령관은 적대국을 구체적으로 명시하지는 않았지만, 미국은 그동안 각종 보고서에서 중국·러시아·이란과 함께 북한을 적대국으로 규정해왔다. 미 국무부 북핵 특사를 지낸 로버트 갈루치 조지타운대 석좌교수도 미국의소리(VOA) 방송에 “전략사령관이 메시지를 보내려는 대상은 적어도 두 곳이며, 명백히 북한이 그중 하나”라면서 “북한의 향후 도발을 단념시키겠다는 의미”라고 말했다.

미국은 북한에 대한 제재 끈을 조이면서 비핵화 협상을 늦출수록 경제적 피해가 커진다는 경고도 보내고 있다. 미국은 최근 북한에 대해 사이버 위협 주의보 발령(4월 15일), 대테러 비협력국 재지정(5월 13일), 국제 해상 제재 주의보 발령(5월 14일) 등을 잇달아 내놓았다.

또 미국은 한국에 대해서도 남북 협력과 비핵화는 속도를 같이 가야 한다는 점을 연일 강조하며 대북제재 전선 이탈 움직임을 차단하고 있다.

미 국무부는 남북 경협 필요성을 강조한 문재인 대통령의 취임 3주년 연설, 통일부의 5·24조치 사실상 실효 상실 발언, 임종석 전 대통령비서실장의 대북 관계 강조 인터뷰 등에 대해 “남북 협력은 비핵화에 보조를 맞춰야 한다”는 원칙을 반복하며 제동을 걸고 있다.

워싱턴 = 김석 특파원 suk@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