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크게보기“성금 사용내역 밝혀라” 전국일제피해자단체장협의회 회원들이 13일 오전 서울 종로구 옛 일본대사관 앞에서 ‘수요집회 중단 촉구’ 기자회견을 열고 기부금 부당사용 의혹에 휩싸인 정의기억연대의 해체를 요구하고 있다. 김동훈 기자

정의연 “앞으로도 굳건히 활동”
반대단체들도 대거 항의시위

위안부 피해자 이용수(92) 할머니가 위안부 단체의 기부금 사용처와 수요시위 존속에 대해 문제를 제기했지만, 집회 주최 측인 ‘일본군 성노예제 문제 해결을 위한 정의기억연대’(정의연)는 13일 위안부 피해자 없이 수요시위를 계속했다. 집회 현장 인근에선 정의연에 항의하는 보수시민단체들이 모여 반대 집회를 개최해 소란이 빚어지기도 했다.

정의연은 이날 1439차 수요시위 성명서에서 “문제 해결을 위해 자신의 자리에서 묵묵히 활동한 사람들의 30년간의 운동 역사를 짓밟기 위해 악의적으로 진실을 부정하고자 하는 사람들이 있다”며 “우리는 정의로운 해결과 피해자들의 인권 실현을 위해 앞으로도 계속 굳건하게 연대하고 행동할 것”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이날 수요시위는 이 할머니 등 위안부 피해자 참여 없이 이나영 정의연 이사장·한경희 사무총장 등 단체 관계자들과 일부 시민만 참여한 가운데 진행됐다. 정의연 관계자는 “올해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때문에 오실 수 있는 분이 거의 없다”며 “겨울에는 추워서 못 나오셨고, 이후 날씨가 따뜻해진 후에는 코로나19가 확산해 나오지 못하신다”고 설명했다. 정의연과 그 전신 격인 한국정신대문제대책협의회(정대협)는 일본군 위안부 문제 해결을 촉구하며 지난 1992년부터 매주 수요일 서울 종로구의 옛 주한 일본대사관 앞에서 집회를 진행해 왔다.

이날 시위장 주변에선 정의연에 반대하는 단체들이 대거 항의 시위를 벌이기도 했다. 시민단체 ‘활빈단’ 홍정식 단장은 성명서에서 “위안부 할머니들을 ‘앵벌이’ 삼아 국민의 돈을 가로채 부를 축적한 윤미향(더불어시민당 비례대표 당선인, 전 정의연 이사장) 일당의 파렴치한 행위에 분노한다”며 “검찰이 횡령 의혹에 대해 한 줌의 의혹도 없이 수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보수 성향 ‘엄마부대’ 주옥순 대표는 “후원금 문제를 명확히 해명하지 못하면 정의연은 사라져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반일 성향의 전국일제피해자단체장협의회 측도 이날 현장에서 배포한 선언서를 통해 “일제 피해자 23만여 명은 윤 당선인이 국회의원을 자진 사퇴할 때까지 적극적으로 퇴진 운동을 전개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참여연대는 “일본군 위안부 문제 해결을 훼손하려는 불순한 의도를 경계한다”는 성명을 발표하고 정의연 관련 논란에 대해 “묻지마식 의혹 제기가 도를 넘어서고 있다”고 비판했다.

최근까지 옛 일본대사관 앞 ‘평화의 소녀상’ 인근에서 맞불집회를 벌여 온 ‘반일동상진실규명공동대책위원회’(공대위)도 이날 인근에서 소녀상 철거를 요구하는 집회를 개최했다. 공대위는 지난 12일 수요시위가 아동·청소년에게 정서적 학대를 가했다는 이유로 서울중앙지검에 고발장을 제출했고, 조만간 국가인권위원회에도 관련 진정을 제출할 예정이다. 공대위 관계자는 “소녀상이 상징 조작을 통해 반일 감정을 조장하는 정치적 도구로 이용돼 왔다”고 비판했다.

조재연·나주예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