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脫원전’으로 적자 경영
전염병에 요금납부 미룬데다
유가 하락에 반짝흑자 돌아서
변수많아 요금개편 표류 할 듯

문재인 정부의 ‘탈(脫)원전’ 정책이 지속될 것을 보여준 제9차 전력수급기본계획 워킹그룹 초안을 두고 조만간 전기요금 인상 조정에 들어가야 할 한국전력공사의 머릿속이 복잡해졌다. 정부의 정책 결정으로 적자경영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상황에서 전기요금 인상이 불가피하지만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창궐 등 각종 돌발변수로 발목이 잡힌 형국이다.

8일 정부와 한전 등에 따르면 한전은 다음 달 전기요금 개편안 발표를 앞두고 있지만 이를 예정대로 진행할 수 있을지 고민에 빠졌다. 개편안의 골자는 전기요금 인상이다. 한전은 문 정부 출범과 동시에 추진된 탈원전 및 석탄화력발전 감축과 신재생·LNG 발전 확대로 인해 심각한 경영난에 빠진 상태다. 갖가지 정치적 이유로 전기요금 인상을 막았던 정부도 ‘콩(연료)보다 두부(전기)가 싼’ 기형적 상황을 두고만 볼 수 없어 전력요금 개편에 함께 나섰다.

인상 방향으로의 개편은 말처럼 쉽지 않은 모습이다. 먼저 코로나19 창궐로 인해 정부가 저소득층 지원에 나서며 전기요금 인상 자체가 여의치 않다. 한전은 정부의 소상공인·취약계층 지원에 발맞추기 위해 지난 8일부터 이들에 대한 전기요금 납부기한 유예 신청을 받고 있다. 취약계층엔 한시적이나마 도움이 되겠지만 전기요금 인상을 추진하던 한전엔 반갑지 않다. 여기에 전례 없는 저유가 상황이 발생했다. 전력생산에서 석탄발전 비중이 높은 한전으로선 유가가 낮을수록 유리하다. 지난 1분기 1배럴당 10∼20달러 선에 불과했던 국제유가를 고려할 때 조만간 공식화될 한전의 올해 1분기 실적은 흑자로 돌아설 가능성이 크다. 글로벌시장 흐름을 볼 때 지난해 순손실 1조3566억 원을 기록한 것과는 정반대의 호실적을 낼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실적이 좋은데 전기요금을 인상한다는 비판이 제기될 수 있는 대목이다. 한전 내부에선 “저유가로 인한 흑자 실적은 계속 이어지는 게 아니다”라며 “오히려 전기요금 개편의 명분이 줄어든 효과를 낳았다”고 우려하고 있다. 결국 탈원전, 코로나19 등 갖가지 변수로 인해 한전의 전기요금 개편도 장기간 표류할 수밖에 없을 것이란 전망에 무게가 쏠린다.

박정민 기자 bohe00@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