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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범진 경희대 원자력공학과 교수

코로나19 사태로 나라 경제의 재난적 상황이 우려된다. 지금 상황은 과거 금융위기 때와는 차원이 다르다. 언제 어디서 어떤 문제가 생길지 예측할 수도 없다. 수출에도 문제가 예상된다. 그 경우 특별한 자원을 가지지 않고 수출에만 의존해야 하는 우리나라는 더욱더 큰 영향을 받는다. 대규모 실업 사태도 예상된다. 이러한 상황에서 정부가 긴급재난지원금을 지급하기로 한 것은 어쩔 수 없는 선택이다. 그렇게 해서라도 침체된 경기를 더 악화시키지 않으려는 조치다.

과거 정부가 경기를 활성화하기 위해 건설 경기를 부양했던 사실을 기억할 것이다. 물론 건설 경기를 부양하면 여러 가지 문제점이 발생하기도 한다. 부동산 투기를 통해 불로소득이 발생하게 되고, 사회적 격차가 심해지며, 과소비가 나타날 수 있다. 그런데도 정부가 건설 경기를 활성화했던 데는 다 이유가 있었다. 정부가 작은 돈을 풀어도 큰 경기 활성화 효과를 기대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건설사업은 맨 위부터 가장 아래까지 많은 업체가 연결되고 많은 인력을 필요로 한다. 따라서 정부가 작은 돈을 풀더라도 그 효과는 5배, 10배씩 날 수 있는 것이다.

정부가 국민 개개인에게 지원금을 지급하면 그만큼만 경기 활성화 효과가 있을 것이다. 개인에게 직접 지급한 만큼 몇 배로 불어나지 않는다. 심지어 지원한 것보다 경기 활성화 효과가 작을 수도 있다. 사람이 노동을 통해 소득이 발생하면 그 소득을 소비하지만, 지원금을 통해 소득이 발생한 경우에는 더 어려울 때를 대비해 절약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절약하지 못하도록 기간을 정해 놓은 상품권을 준다면 그다음에는 ‘깡’(할인 거래)이 횡행할 것이다. 결국, 직접 지원 방식은 건설 경기를 부양하는 것보다 경기 활성화에 더 크게 기여하지 않는다.

또, 정부가 지원금을 주기 위해서는 결국 세금을 풀어야 하므로 재정 건전성을 위협한다는 문제가 발생한다. 다른 지출을 절감한다는 말은 수사(修辭)에 불과하다. 그러면 그동안 재정 지출을 줄일 수 있는 일을 하지 않았다는 말인가? 실은, 절감하는 게 아니라 다른 부문에 출혈이 발생하더라도 더 급한 데 쓰겠다는 것이다. 이것이 현 재정경제 수장(首長)의 고민일 것이다. 만일 정부가 돈을 풀지 않고도 경기를 활성화시킬 수 있다면 대박이 아닐 수 없다. 그 대박은, 신한울원전 3·4호기 건설을 재개하는 것이다.

신한울원전 3·4호기 건설을 재개하는 비용은 정부가 아닌 한국수력원자력이 자체적으로 조달할 것이다. 정부의 세금에 의존하지 않는다. 게다가 지난 2017년 탈원전 이후 2년 동안 원자력 산업의 매출이 7조 원이나 줄었다. 신한울 3·4호기 건설을 재개하면 당연히 건설 부문의 돈이 풀린다. 또, 지금 명줄이 위태로운 두산중공업에 2조5000억 원의 수입이 생긴다. 이 돈은 2600여 개 두산중공업 협력사로 흘러들어 간다. 경북 울진 지역의 경기 활성화에도 한몫할 것이다.

두산중공업이 휴업할 경우 협력사들의 대량 실업이 발생하고 정부는 그 실업급여를 지급해야 한다. 또, 실업자가 나오지 않는다고 하더라도 직원을 구조조정하지 않는 기업에 보조금을 지급해야 한다. 두산중공업에 수혈하기 위해서도 정부의 지원이 있어야 한다. 건설 경기가 침체함에 따라 발생하는 문제도 정부의 몫이다. 그렇게 되면 이런 마이너스 효과까지 발생한다. 따라서 발생하는 문제들을 한꺼번에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이 신한울원전 3·4호기 건설을 재개하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