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文정부 들어 親노조 기조 강화
고용안정이 신규채용 위축시켜
구직 포기·유예 등 잠재실업 ↑

25~29세 실업자 비중 21.6%
OECD 36개 회원국 중 ‘1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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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4년제 대학 경영학과를 졸업한 정대근(30) 씨는 2년째 금융 공기업 및 은행권 취업을 준비 중이다. 정 씨가 금융권 취업을 바라는 이유는 ‘단순’하다. 급여가 많고 안정적인 직장이라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취업 준비생들 사이에서 올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으로 은행들이 채용을 하반기로 연기한다는 소문이 돌면서 내심 초조하기도 하지만 그렇다고 목표를 수정하지 않았다. 한번 입사만 하면 대과가 없는 한 평생직장을 보장받을 수 있는 철밥통이란 점은 사실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매력으로 다가온다. 그는 “승진포기자도 억대 연봉을 받을 정도로 안정적인 곳이 은행권이고 그래서 취업을 준비하고 있지만, 바람직한지는 잘 모르겠다”며 “인력 구조조정이 쉽지 않고 세대교체가 원활하지 못한 것을 보여주는 것 아니냐”고 말했다.

한국경제의 고용창출 여력이 저하하고 있는 상황에서 정규직 과보호 등에 따른 고용 경직성이 기업의 신규 채용을 위축시켜 결국 청년 실업을 심화시킨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고 있다. 문재인 정부 들어 친(親)노동·친노동조합 기조가 전례 없이 강화하면서 일자리를 찾지 못하는 청년들이 많아지고, 구직을 완전히 포기하거나 유예하고 있는 잠재실업자 규모도 점차 커지고 있다.

27일 통계청 경제활동인구조사에 따르면, 지난달 청년(15∼29세) 실업률은 9.9%로 전월 대비 0.9%포인트 상승했다. 같은 기간 전체 실업률은 4.1%에서 4.2%로 0.1%포인트 올랐다. 청년층 체감실업률은 26.6%로 통계청이 2015년부터 통계를 작성한 이래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코로나19로 기업과 공공부문의 신규 채용이 축소되거나 연기된 원인도 있지만 결국 다른 연령대에 비해 청년 실업률이 크게 증가하고 있는 게 문제로 꼽힌다. 2000∼2013년 기간의 청년 실업률은 7∼8%대를 유지했지만, 2014년부터 2018년까지는 9%를 웃돌았다. 지난해 청년 실업률도 8.9%로 9%에 가까웠다. 특히 20대 후반 실업률은 다른 나라와 비교해도 가장 높은 수준이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통계에 따르면 2018년 한국 전체 실업자에서 25∼29세 실업자가 차지하는 비중은 21.6%로, OECD 36개 회원국 가운데 가장 높았다. 2위는 덴마크(19.4%), 3위는 멕시코(18.2%)로 미국은 13.0%, 일본은 12.6%, 독일은 13.3%였다. 우리나라는 2012년 이후 7년 동안 실업자 가운데 20대 후반 비중이 OECD 1위를 기록했다. 우리나라 15세 이상 인구 가운데 20대 후반은 7.8%에 불과하지만, 실업자 5명 중 1명은 20대 후반일 정도로 청년 실업 문제는 심각하다.

각국의 대학 진학률 등을 고려하면 20대 후반 실업률 상황을 단순 비교하기는 어렵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경직적 고용규제와 강력한 노조의 중층적 보호를 받는 대기업·정규직 등 기득권층 근로자가 생산성을 웃도는 근로조건과 고용안정을 누리면서 진입장벽을 형성하는 구조를 쇄신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그러다 보니 청년들은 구직 기간이 길어지더라도 임금이 많은 대기업에 들어가길 원하면서 청년 실업률이 높아진다는 설명이다. 실제로 국내 노동시장은 대기업과 공공기관에서 일하는 노조 정규직들에 대한 지나친 보호로 노동시장 양극화 현상, 즉 이중 구조가 매우 심각한 실정이다. 세계경제포럼(WEF)이 지난 2019년 141개국을 대상으로 글로벌 경쟁력을 조사한 결과 우리나라는 노사협력 분야에서 130위, 해고비용 경쟁력 116위, 고용 및 해고 관행 경쟁력 102위, 노동시장 51위 등으로 하위권을 기록했다. 국제경영개발대학원(IMD) 조사에서도 지난해 노동시장 경쟁력에서 63개국 중 36위를 차지했다. 2018년에는 노동시장과 노사관계의 생산성 분야에서 63개국 중 각각 53위와 63위를 기록했다.

사정이 이렇지만, 정규직 고용 경직성을 완화할 수 있는 수단인 기간제나 파견 등에 대한 규제는 오히려 강화되고 사내도급의 적법성 또한 엄격하게 해석하는 법원의 판단이 잇따르는 등 친노조 성향은 변화의 기미가 없다. 양질의 일자리 창출을 위해 규제를 완화하고 있는 선진국 흐름과는 대조적이다. 예컨대 독일은 ‘하르츠개혁’과 ‘어젠다 2010’을 통해 노동시장 규제 완화, 해고보호 완화, 신규 수습 기간 연장 등을 추진하면서 기업의 경영 활동에 활력을 불어넣었다. 일본은 ‘아베노믹스’를 뒷받침하기 위해 근로자파견 관련 규제를 대폭 완화하기로 결정했다. 경제계의 한 고용전문가는 “고용시장의 경직성으로 인해 고용이 안정적으로 보장되는 정규직 선호도가 높아 청년들의 취업 준비 기간이 길어지고 있다”며 “정년 연장 등의 요소는 취업시장을 더욱 힘들게 만들 수 있기 때문에 구조적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고용시장의 변화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승주 기자 sj@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