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공정 대책 전문가 제언

한국의 양대 노동권력인 민주노총과 한국노총이 고용 취약계층인 비정규직보다 노동조합 조합원 다수를 차지하는 정규직의 권익을 더 우선시한다는 비판이 계속되고 있다. 지난해 10월 김태기 단국대 교수가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정규직이 많은 300인 이상 기업의 노조가입률은 60∼70%인 반면, 비정규직이 많은 30인 이하 소규모 사업장의 노조가입률은 0.2%다. 정규직 근로자의 목소리에 묻혀 비정규직 근로자의 고충은 뒷전으로 밀리기 쉬운 구조다.

이런 양대노동의 구성에 따라 노조가 요구하는 노동정책이 정규직 위주로 으르고 있다는 비판은 지속하고 있다. 박지순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지난 23일 문화일보와의 통화에서 “양대 노총이 실제로 우리 노동시장의 가작 취약한 근로자들을 위해 어떤 노력을 해왔는지 생각해보면 큰 점수를 주기 어렵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자신들의 이익활동에 그친 것이 아니냐는 비판을 받을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에 따른 고용 한파로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고용보험에 가입되지 않아 고용유지지원금 제도의 혜택을 받지 못하는 등 더 큰 타격을 입었다.

박 교수는 어려운 사태에도 불구하고 “고용 안전망이 정규직 중심으로 짜인 측면이 있다”고 진단하면서 “비정규직에 친화적이지 않은 노동 환경이 설계된 채 20년 이상 유지되면서 늘 사각지대가 발생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번에는 사회적 대화를 통해 그동안 기득권을 가진 정규직 중심의 이해관계 대신 양대 노총이 사회적 취약 계층을 대표해 사회안전망과 고용안전망을 확충하도록 노력해야 한다”며 사회적 대화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박 교수는 다만 지난 4·15 총선으로 거대 여당과 정책 협약을 맺은 한국노총을 비롯, 범여권에 해당하는 정의당과 손잡은 민주노총까지 입김이 거세지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에 대해 “오히려 반대 결과가 나타날 수도 있다”고 봤다. 그는 “코로나19 사태 이후 가장 중요한 것은 ‘경제활성화’일 텐데, 여당이나 정부 모두 이 문제에서 자유로울 수가 없다”며 “거대 여당이 만들어졌는데도, 이런 문제를 해결하지 못한다면 오히려 더 큰 비판이 일 수 있어서 경제회복과 일자리 창출에 모든 관심이 집중될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이에 따라 노동계와 약속한 이른바 ‘총선 청구서’가 실현되기 쉽지 않을 것으로 내다봤다.

정선형 기자 linear@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