英보수당, 온정적보수주의 내놔
美공화당, 레이거노믹스로 승리

영국의 보수당, 미국의 공화당 같은 정치 선진국의 보수 정당은 시대상에 맞는 새 가치를 내놓으며 위기의 수렁에서 빠져나온 공통의 역사를 갖는다. 시대의 흐름이 어떻게 변화했는지 읽고, 그 변화를 인정하면서 국민 앞에 새로운 가치 지향점을 제시한 것이 주효했다. 이는 21대 국회의원 총선거 참패로 위기를 맞은 미래통합당에 유의미한 시사점을 제시한다.

영국 보수당의 부활은 2005년 39세의 나이로 대표가 된 데이비드 캐머런 전 총리의 등장과 함께 시작됐다. 캐머런의 보수당은 ‘온정적 보수주의(Compassionate Conservatism)’란 새 가치를 전면에 세워 변모를 꾀했고, 마침내 2010년 총선에서 승리하며 13년 만의 정권 탈환에 성공했다. 온정적 보수주의는 진보 성향 정당인 노동당의 핵심 복지정책을 대폭 수용, 보수의 가치와 연결한 것이다. 그 전의 보수당은 시대에 뒤처졌다는 이미지에 갇힌 채 기후변화나 환경 등 시의성 있는 문제엔 관심을 두지 않고, 정통 보수의 가치에만 천착한다는 비판을 받기 일쑤였다. 이는 연속 3번의 총선에서 토니 블레어 전 총리가 이끌던 노동당에 패배하는 결과로 이어졌다. 현재 통합당이 처한 상황과 유사하다.

미국 공화당은 1974년 리처드 닉슨 대통령의 사임을 촉발한 ‘워터게이트’ 사건 이후 폐당 위기에 몰렸다. 그러나 1980년 대선에서 ‘레이거노믹스(Reaganomics)’라는 새 경제철학을 제시하며 부활에 성공했다. 작은 정부, 반(反)규제와 감세를 골자로 하는 레이거노믹스는 영국의 경우와 마찬가지로 낡고 오래된 이미지를 어떻게 하면 시대 변화에 맞는 내용으로 바꿀 것이냐는 고민의 산물로 여겨진다. 공화당이 오랜 정책 개발을 통해 만들어 낸 레이거노믹스는 1970년대 오일 쇼크 이후 무기력에 빠진 미국 경제에 활력을 불어넣었다는 평가를 받는다. 그 결과 공화당은 1981∼1992년 3연속 집권하며 소련으로 대표되는 사회주의권과의 체제경쟁에서 승리하는 데 지도력을 발휘했다.

김유진 기자 klug@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