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대위 개혁 시도 성과 못내
새 비전 내놔도 실행의지 부족
“과거처럼 하면 이번에도 실패”

4·15 국회의원 총선거 참패 후 미래통합당 안팎에서 환골탈태 수준의 개혁 요구가 거세지만, 성공 여부는 안갯속이다. 지난 2017년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을 계기로 비상대책위원회나 당 지도부 차원의 혁신 시도가 이어졌으나, 계파 갈등과 실행 의지 부족 등으로 실패로 돌아간 잔상이 남아 있기 때문이다.

지난 2016년 12월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안이 국회에서 가결돼 궤멸 위기에 처한 새누리당은 인명진 갈릴리교회 원로목사를 비상대책위원장으로 내세워 당 쇄신에 나섰다.

탄핵의 책임을 물어 의원들에게 “배지를 반납하라”는 등 강한 목소리를 냈고, 당명을 ‘자유한국당’으로 바꿨다. 그러나 ‘구원투수’로 거론됐던 인 전 위원장은 대표적인 인적청산 대상으로 지목된 서청원 현 우리공화당 의원 등 친박(친박근혜)계의 사퇴 압박에 부딪혔다. 그 과정에서 이른바 ‘태극기 집회 세력’이 본격적으로 대두했다. 결국 2017년 3월 홍준표 당시 경남지사가 19대 대선 후보로 선출되자 인 전 위원장은 이렇다 할 혁신 성과를 내지 못한 채 물러났다.

대선 참패 후 홍준표 대표 체제가 출범해 부활을 꾀했으나 2018년 지방선거에서도 연거푸 참패의 쓴잔을 들면서 이번엔 김병준 비대위원장 체제가 들어섰다. 김 전 위원장은 역시 ‘당협위원장 일괄사퇴’를 의결하며 인적 쇄신부터 시작했다. 노무현 정부 시절 대통령 정책실장직을 역임했던 경험 등을 살려 문재인 정부 경제정책인 ‘J노믹스’에 대항하는 ‘I노믹스’를 내놓기도 했다.

I노믹스는 △최저임금 교섭 분권화 △공무원정원 동결 △재정건전화특별법 등의 내용을 담고 있고, ‘I’에 개인을 의미하는 ‘individual’을 포함해 현대 자유주의적 보수주의의 지평을 넓혔다는 평가를 받기도 했다.

하지만 김 전 위원장의 ‘친박 색깔 빼기’와 ‘보수의 새 가치’ 정립 시도도 친박계 지지를 받은 황교안 대표 체제가 들어서며 무위로 돌아갔다. 황 대표 체제의 당 지도부는 김병준 비대위에서 제시한 비전을 넘겨받지 않았고, 대신 ‘민부론(경제)’ ‘민평론(외교·안보)’ 등 새 상품 만들기에 나섰다.

통합당의 개혁 시도는 실행력이 뒷받침되는 장기 플랜 부재, 고질적인 계파 갈등 등에 번번이 발목 잡혔던 셈이다. 과거의 실패에서 교훈을 얻지 못할 경우 이번에도 기대할 게 없다는 반응이 나오는 이유다.

김현아 기자 kimhaha@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