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크게보기 한화는 에저트로닉 초고속 카메라를 도입, 투구 동작을 과학적으로 분석한다. 한화 제공

- 프로야구 첨단 훈련장비 열전

개막 연기로 연구·분석에 주력

SK, 바이오 메카닉 훈련 도입
투구·타격시 관절과 근육 분석
선수 맞춤형 최적 움직임 조언

롯데, 초고속 카메라까지 활용
투수들 미세한 습관까지 교정

‘부족한 2% 채우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으로 프로야구 정규리그 개막이 5월 초로 미뤄졌다. 10개 구단은 개막이 연기되면서 실전 감각을 익히기 위해 자체 청백전 등을 진행하고 있지만, 긴장감은 떨어질 수밖에 없다. 게다가 경쟁 구단 선수들의 장단점을 파악할 수 없다. 2% 부족한 이유.

그래서 프로야구 10개 구단은 연구, 분석에 공을 들이고 있다. 지난해부터 본격적으로 도입된 랩소도와 트랙맨포터블은 투수가 던진 공의 스피드, 궤적, 회전수 등을 수치화해 태블릿PC로 실시간 전송하는 휴대용 장비다. 모니터를 통해 두 눈으로 공의 궤적 등 데이터를 확인할 수 있다. 올해엔 4D 모션과 블라스트모션, 초고속 카메라 등 더욱 첨단화된 과학 장비를 구축했다.

SK는 타격 훈련에 블라스트모션과 휴대용 랩소도 등을 동시에 활용하고 있다. 블라스트모션은 타자들이 사용하는 배트 아랫부분에 장착되는 장비. 손잡이 끝부분에 홈을 파 블라스트모션을 단다. 블라스트모션은 ‘배트 스피드’를 정밀하게 측정한다. 가속도는 물론 배트와 손의 스피드까지 나눠 확인할 수 있다. 또 배트에 공이 맞는 면적과 타격 임팩트의 진동, 그리고 상체와 배트의 각도 등도 함께 분석할 수 있다.

SK는 10개 구단 최초로 바이오 메카닉 훈련(투수와 야수 동작을 공학적으로 설명하는 것)을 실시하고 있다. 4D 모션과 모션캡처가 야구 과학화의 근간. 신체 여기저기에 센서를 부착해 투구와 타격, 송구 동작에서의 관절, 근육의 움직임을 측정, 분석한다. 4D 모션 장비는 인체의 3D 움직임을 시간별로 추정할 수 있으며, 모션캡처 장비는 움직임을 순간적으로 고정해 데이터를 분석할 때 쓰인다.

송성우 SK 데이터분석그룹 매니저는 “바이오 메카닉스는 선수의 신체 특징에 따라 최적의 기술, 최적의 움직임을 파악하는 게 목적”이라며 “신체 각 부분의 움직임을 부위별로 일일이 측정하고 결과를 트래킹 데이터로 확인한다”고 설명했다. 이진영 SK 타격코치는 “최첨단장비를 활용, 타구 스피드나 발사각도 등 다양한 정보를 얻고 있다”면서 “데이터를 바탕으로 장점을 더욱 발전시키고, 단점을 보완할 수 있다”고 전했다.

이미지 크게보기 롯데는 배트에 블라스트모션(왼쪽 사진 점선)을 부착, 스윙 스피드 등을 정밀하게 측정하며, SK는 4D 모션 모니터(오른쪽)로 스윙 동작을 세밀하게 분석한다. 롯데·SK 제공

롯데는 올해 블라스트모션 24대, 에저트로닉 초고속 카메라 1대 등 총 29개의 첨단 장비를 갖췄다. 에저트로닉 초고속 카메라는 투수의 등 뒤에 설치한다. 투수의 손에서 떠나는 공을 느린 화면으로 정확히 확인할 수 있다. 초고속 카메라에는 특수 이미지 센서가 장착됐고 촬영 속도는 초당 882프레임. 눈은 10∼12프레임이니 최대 88배 이상으로 빠르다. 이 초고속 카메라는 특히 눈에 보이지 않는 선수의 습관을 교정하는 데 안성맞춤이다. 아울러 투수가 구종을 더 효율적으로 활용할 수 있도록 유도한다. NC는 트랙맨 등으로 수집된 영상과 각종 데이터를 선수단이 수시로 활용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 2019년 태블릿PC 120대를 선수단 전원에게 지급했다.

첨단 장비로 수집된 데이터를 어떻게 분석하고 활용하느냐도 중요하다. 롯데는 스프링캠프 기간 미국프로야구 메이저리그 LA 다저스 마이너리그 투수 코치와 스카우트를 지낸 조시 헤르젠버그를 영입했다. SK도 스프링캠프에서 바이오 메카닉에 정통한 이기광 국민대 체육학과 교수를 초청했다. 헤르젠버그는 올해 투수 코디네이터, 이기광 교수는 조언자 역할을 담당한다.

이기광 교수는 “야구 데이터 측정 및 활용에 패러다임 시프트가 이뤄지고 있다”면서 “이전에 눈으로, 감으로 대충 느끼던 것을 지금은 수학적, 과학적 수치로 확인하고 분석한다”고 말했다. 이 교수는 “특히 힘을 쓰는데, 즉 동작에서의 효율성을 따질 수 있다”면서 “최첨단 장비를 활용하는 추세를 계속 확산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정세영 기자 niners@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