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스벨트호 함장 경질에 바이든, “형편없는 결정”

미국 핵추진 항공모함 시어도어 루스벨트(CVN-71)호의 함장이 함 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우려로 국방부에 지원을 요청한 사실이 언론에 공개된 뒤 경질됐다.

2일 뉴욕타임스(NYT) 등에 따르면 미 해군은 이날 루스벨트호의 브렛 크로지어 함장을 해임한다고 밝혔다. 토머스 모들리 미 해군장관 대행은 2일 국방부 브리핑에서 크로지어 함장의 경질에 대해 “나의 지시였다”고 말했다.

크로지어 함장은 지난달 30일 국방부에 서한을 보내 “승조원 5000명에 대한 바이러스 감염 여부를 조사하기 힘든 상황으로 지원이 절실하다”고 호소한 바 있다. 괌에 정박 중인 루스벨트호에는 해군 장병뿐 아니라 비행사와 해병대 등 5000명가량이 타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서한을 보낸 당시 항모 내 코로나19 확진자가 100명을 넘어선 것으로 추정되자 함장은 확산에 위기를 느껴 당국에 승조원들의 하선을 요청했다. 그의 서한이 발송 바로 다음 날 일부 언론에 공개된 게 문제가 됐다.

이와 관련 NYT는 “국방부 고위 관리들이 해당 서한이 언론에 유출된 것에 격분했다”고 전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국방부 관리들은 크로지어 함장이 자신의 지역 매체에 서한을 유출해 경질됐다고 말했다”면서 “일부 지휘관들은 그의 경질을 반대했고, 경질 소식에 해군 지휘부가 놀라고 있다”고 전했다. 이어 “현재 루스벨트호에서는 최소 114명의 승조원이 감염됐다”고 설명했다. WSJ는 “루스벨트호에서 코로나19가 발병한 원인은 아직 파악되지 않았으나, 지난달 초 베트남항에 정박했을 때 30명가량의 승조원이 현지 호텔에 머물렀다”고 밝혔다.

민주당 유력 대선 후보인 조 바이든 전 부통령은 크로지어 함장 경질에 대해 “형편없는 결정”이라고 비난했다. 바이든 전 부통령은 성명에서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의 해군장관 대행은 승조원 보호와 국가안보라는 임무에 충실했고, 이 팬데믹(대유행)의 시기에 군이 어떻게 대비해야 하는가라는 보다 폭넓은 문제에 제대로 집중했던 지휘관에게 총을 쐈다”고 지적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백악관 브리핑에서 크로지어 함장이 승조원들을 구하려다 경질됐다는 시각에 동의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인지현 기자 loveofall@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