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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경시(1922∼2018)

재작년, 봄날 이맘때 홀연히 어머니가 가셨다. 당신께서 하늘나라로 긴 여행을 떠나신 지 2년이 되었건만 아직도 실감이 나지 않는다. 뭔지 모를 허전함에 오래도록 머릿속이 텅 비어 있는 느낌이다. 부모님 살아 계실 때 잘하라는 평범한 얘기가 이렇게 가슴에 사무칠 줄 몰랐다. 시간이 흐를수록 어머니의 그 크신 사랑이 그립다. 세상이 아무리 거칠고 가난해도 어머니 마음만은 가난하지 않았다. 어머니의 무조건적이며 무한정한 사랑은 인간에게 기울이는 신의 사랑과 닮았다. 늘 허기와 굶주림이 곁에 따라다니던 시절, 옷이 잘 해져 무릎이나 팔꿈치에 천을 덧대 꿰매 주시며 잦은 비바람 폭풍우를 한 몸으로 다 받아내며 자식들을 키워낸 모정의 세월. 한과 울음 섞인 그 이름 어머니를 떠올리기만 해도 가슴이 젖는다.

이제 흰머리가 무성하고 굵은 주름살이 짙어진 60대 중년 늙은이가 되었는데도 어머니를 생각하면 여전히 체루 작용이 일어난다. 목이 메고 눈시울이 붉어지고 송아지 울음이 나온다. 이 땅에 어머니라는 말만큼 위대한 말은 없을 것이다. 사랑, 희생, 한, 눈물, 강함, 인내, 고향, 포근함, 그리움 등이 어머니라는 말속에 녹아 있다.

7남매를 낳고 기르면서 당신의 허리는 땅에 닿을 것처럼 꼬부랑이 되어 버렸고, 어디 한 몸 안 아프신 곳이 없으신 분이셨다. 자식들에게 폐 끼치기 싫다며 당신 몸 하나 움직일 때까지는 시골에서 홀로 지내시며 끼니를 때우고 경로당에서 친구와 십 원짜리 민화투를 치며 지내셨던 어머니. 그래도 정신을 놓으시지 않고 흐트러진 모습 보이시기 싫어 당신의 몸이 아파도 자식들한테 연락하기보다는 혼자 해결하려는 의지를 가지고 계셨던 어머니. 홀로 식사하면 음식의 맛도 모르면서, 먹히지도 않는 것을 그냥 허기를 면하려고 곡기를 꾸역꾸역 넣고 있었던 어머니.

젊은 시절, 버스도 없는 두메산골 오두막집에서 봄이면 그 무거운 함지박에 봄나물을 담아 머리에 이고 포장도 안 된 몇십 리 신작로를 따라 그 먼 5일 장터에 팔러 다니셨던 어머니. 생선 한 손을 사오셔서 부엌 아궁이에서 구워 몸통은 우리를 주시고 당신께서는 “마, 괴기는 대가리하고 꼬랑대기가 맛있는 기라”하시곤 숯 검댕이 묻은 머리와 꼬리를 드셨던 어머니. 그 말씀이 자식들에게 한 점이라도 더 먹이려는 깊은 마음이란 것을 머리가 굵은 후에 알았다.

사십 중반 남편을 떠나보내고 집안을 책임지셨던 어머니. 둘째 아들을 먼저 가슴에 묻으셨던 어머니. 세상을 깨닫게 하고 가르침을 주신 어머니. 모시 한복이 잘 어울리셨던 어머니. 천진불처럼 웃음이 해맑으셨던 어머니. 그 이름 되뇌기만 해도 가슴이 따뜻해진다. 그런 어머니의 97년 생애는 오로지 자식을 위해 노심초사하신 위대한 삶의 일생이었다.

이제 한 줌의 재가 되어 자연으로 돌아가신 지 2년. 생전에 불효했던 회한, 오늘따라 몹시 그립다. 어머니! 부디 영원한 안식을 빕니다.

막내아들 김창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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