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크게보기 미국 워싱턴주의 타코마 시내에서 코로나 19 대비 생필품 사재기에 나선 쇼핑객들. 주민들은 코로나 19의 장기화를 두려워하면서 화장지와 식품 등 생활용품을 다량 사들이고 있다.

AP 전국 50개주 조사결과 소매점 다수 바가지요금
페북 등엔 ‘여기서 쇼핑하지 마세요“ 고발 ’봇물‘
뉴욕시는 550개 업소에 벌금 3.5억원

코로나19가 미국 전역의 모든 주로 확산되면서 미국인들의 화장지 등 생필품과 식품 사재기가 극성을 부리자 판매업소들이 앞을 다퉈 가격을 터무니 없이 올려 혼란을 가중시키고 있다.

AP통신은 대형 마트에서 화장지 등 특정 상품의 매진사태가 일어난 이후로 전국 50개 주를 대상으로 취재한 결과 41개 주에서 이런 일이 벌어지고 있다고 보도했다. 어떤 곳에서는 화장지 한 롤에 10달러( 1만1000원), 손 세정제 한 병에 60~70 달러, 어떤 곳에서는 비치된 손 세정제를 한번 눌러 짜서 쓰는데 1달러, 체온계 하나에 26달러로 4배에서 10배까지 올려 받고 있었다고 보도했다.

어떤 곳에서는 이런 가격표가 붙은 상품 선반의 10달러짜리 화장지 옆에다 ”이것은 장난이 아님“(This is not a joke)이라는 글을 써붙인 곳도 있었다고 AP는 전했다.

코로나 확산을 막는데 필수 장비인 마스크의 경우에는 ”오늘의 할인 상품“ 코너에 놓인 것이 1개당 최고 39.95달러 ( 5만1000원)의 가격표가 붙어있기도 했다.

당연히 소셜미디어에서는 이에 대한 고발과 불만, 분노의 목소리가 봇물을 이루고 있다. 마트 앞의 대기자 줄이 길거나 일부 대형매장의 선반이 텅 비어있는 지역에서는 코로나 위기로 상인들이나 업주들이 폭리를 취하려 한다는 고발이 줄을 잇자 지역 당국이 조사에 나서고 있다.

AP통신이 전국 주 정부의 법무장관, 소비자 보호단체 대표 등을 대상으로 전화 조사를 한 결과 이에 관한 고발이 벌써 5000건을 넘었으며, 매일 수 백건씩이 추가되고 있다는 답변을 들었다.

금주 초 부터 매일 72~131건의 고발이 접수되고 있는 노스 캐롤라이나주의 조시 스타인 법무장관은 ”어떤 사람들은 이번 사태로 강력한 욕망을 실현하려 하고 있다“고 동기를 설명했다. ”이처럼 위태로운 시기에 약자들을 편취해서 빠른 돈벌이를 하려고 하는 폭리 행위는 용서할 수 없다“고 그는 덧붙였다.

AP통신은 50개주 가운데 41개주에서 대형쇼핑 센터와 쇼핑몰, 대형 박스로 파는 소매상들을 대상으로 나오고 있는 고발사태는 빙산의 일각에 불과하다고 말한다. 이번 조사는 온라인 고발이나 직접 전화로 분통을 터뜨린 신고 기록을 위주로 집계되었기 때문에 소셜 미디어에 드러난 모든 사례를 포함하면 훨씬 더 폭발적으로 많을 것이라는 얘기다.

남 캘리포니아의 한 여성은 페이스북에 ”여기서 쇼핑하지 마세요!“라는 제목 아래 휴대전화로 찍은 우유 한팩에 6.98달러, 치즈 한 팩에 14.99달러의 가격표 사진을 올려놓았다. ” 정말 식료품이 필요한 절박한 가족들이 많은데, 이들은 몇배나 비싼 바가지 요금을 받고 있다“고 그는 분노했다.

이미 여러 도시에서 가격 폭등과 폭리 추구를 막기 위한 대응에 들어갔다. 뉴욕시에서만도 이미 1000여건의 고발이 접수되어 그 가운데 550건의 위반행위에 대해 27만5000달러( 3억5000만원)의 벌금이 부과되었다.

뉴욕시가 이미 사재기를 금지한 품목 가운데에는 생필품이나 식품 외에도 알코올이나 알로에 베라, 손 세정제를 만들 수 있는 기타 재료 등도 포함되어 있다.

캘리포니아 등 3개주는 바가지 요금 고발 건수나 단속에 관한 AP의 취재에 응답하지 않았고 지역 소도시 일부에서는 그런 일은 없다고 대답했다.

하지만 대부분 지역에서는 가격 인상에 대한 조사를 진행중이며 일부 판매업자 등은 합리적인 이유 없이 가격의 10%이상을 올리지 못하도록 규정된 법적 기준을 어긴 혐의로 벌금형을 받았다.

대부분의 주 정부들은 가격폭등 고발에 대해서 조사는 하고 있지만 벌금이나 형사고발 대신에 소매업자들과 직접 대면해 설득하고 있으며, 대개는 사과하고 가격을 내리고 있다고 응답했다.

메인주 조사관들은 화장지 한통에 10달러 판매가격을 사진으로 채증해 이가격을 다시 내리게 했고 테네시주에서는 손 세정제 1만7000병을 매점한 업소 형제들에게 판매 중지를 명했다. 상점에 비치해야 할 손 세정제를 한번 눌러 쓰는데 1달러씩 받은 곳도 단속을 했다.

그 밖에 마스크를 개당 10배씩에 판매한 코네티컷주 업소와 8달러씩 팔던 체온계를 이틀 후에 26달러씩에 올려 판 오하이오주의 한 업소도 8달러를 주고 산 부부의 신고로 단속의 대상이 되었다.

펜실베이니아주 당국은 온라인 물가 고발 사이트를 만든 뒤 이번 주 부터 매일 1200건 이상의 신고가 올라오고 있다고 밝혔다.

미국에서는 전국적인 사재기 돌풍과 폭리를 위한 가격인상, 그리고 이에 대항하는 시민의 고발 정신이 코로나19 사태의 또 다른 전선을 형성하고 있다.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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