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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재욱 경희대 명예교수·경제학

코로나19로 인한 금융 충격에 대응하기 위해 지난 15일 미국 연방준비제도(Fed)가 기준금리를 1%포인트 전격 인하해 2015년 12월 이전의 수준(0.00∼0.25%)으로 되돌아갔다. 홍콩, 뉴질랜드도 기준금리를 내렸고, 한국은행 역시 16일 임시 금융통화위원회를 열고 기준금리를 0.5%포인트 전격 인하했다.

금융시장을 안정시키기 위한 유동성 공급 확대정책은 어느 정도 필요하다. 주가가 폭락하는 등 금융시장이 불안정해지면 갑작스럽게 화폐에 대한 수요가 증가한다. 그리되면 유동성 부족으로 인해 금융시장이 더욱 불안해져 실물경제가 치명적인 영향을 받을 수 있다. 따라서 갑작스러운 유동성 부족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일시적으로 유동성을 확대하는 조치는 필요하다. 그러나 기준금리 인하로 경기를 부양하겠다는 생각은 잘못이다.

코로나19는 전례 없이 빠른 속도로 공급과 수요 측면 모두에 충격을 줬다. 코로나로 인해 세계 각국에 중간재를 공급하는 중국 경제가 멈춤으로써 주요국의 생산 활동이 급감하는 공급충격이 발생했고, 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대유행)으로 감염을 우려해 소비활동이 중지됨으로써 총수요가 급격히 줄었다. 코로나가 수그러들면 그에 따른 충격은 곧바로 해소될 것이다. 따라서 코로나는 단기 충격이다. 이 단기 충격에 기준금리를 내리고 돈을 풀면 오히려 중·장기적으로 세계 경제는 새로운 위기에 직면할 수 있다.

코로나 이전에 이미 전 세계는 과잉 유동성 상태에 있었다. 주요국이 금리를 내리고 제로(0)금리와 네거티브 금리를 시행하면서 돈을 풀어 전 세계의 통화량이 역대 최대 규모인 81조 달러에 이르렀다. 코로나가 잠잠해져 그에 따른 충격이 사라진다면 이런 초저금리는 자산 가격의 거품이란 결과를 초래할 것이다. 그 거품이 꺼지면 찾아오는 것은 심각한 불황과 디플레이션이다. 이런 중장기적 세계 경제의 흐름을 읽고 대비해야 한다.

한은의 이번 금리 인하는 유동성 공급 부족에 대응하는 것 이상의 효과를 기대하기 어렵다. 한국경제는 금리를 내린다고 해서 기업의 투자가 늘어 경제가 살아날 수 있는 상황이 아니기 때문이다. 지금 기업이 투자를 하지 않고 민간경제가 거의 빈사 상태에 있는 근본 이유는 문재인 정부의 ‘친노조-반시장’ 정책에 있다. 그로 인해 기업 하기 어려운 환경이 조성됐고, 기업가 정신이 쇠퇴해 경제가 성장동력을 잃고 계속 추락했다. 그런 와중에 코로나 사태를 맞아 다른 나라들보다 더 큰 어려움을 겪는 처지가 됐다.

현재의 위기에서 벗어나기 위해서는 코로나의 충격을 완화하는 방안과 코로나 이후의 경제를 위한 방안으로 나눠 실행해야 한다. 코로나 충격을 완화하기 위해서는 △일시적 어려움에 직면한 기업들에 대한 조세 감면이나 정책적 지원 △복잡한 행정적 절차와 엄격한 요건 완화 △관세 인하와 무역장벽의 제거를 통한 새로운 공급망 개발 등이 필요하다.

코로나 이후 경제를 활성화하기 위해서는 그야말로 정부의 정책 기조를 180도 바꿔야 한다. 소득주도성장이란 기치 아래 취해진 각종 정부의 조치들을 폐기해야 한다. 그리고 친노조 정책에서 벗어나 노동시장을 유연하게 만드는 제도를 정착시켜야 한다. 그뿐 아니라, 국민연금이나 기타 여러 장치를 이용해 기업의 경영에 간섭하고 기업 활동을 방해하는 제도 등을 제거해야 한다. 그래야 경제 기초가 튼튼해져 앞으로 다가올 수 있는 더 큰 글로벌 충격에서 살아남을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