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크게보기정부세종청사 열화상 카메라 운용 정부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위기경보를 최고수준인 ‘심각’ 단계로 상향 조정한 지 하루 뒤인 24일 오전 정부세종청사에 출입하는 공무원들이 입구에 설치된 열화상 카메라로 발열 검사를 받고 있다. 연합뉴스

文, 13일 “곧 종식될 것” 낙관
경북지역 확진자 급증세 인데
20일 기생충 오찬서 파안대소

정부 ‘대구 코로나’ 표현 논란
親文은 신천지에 책임 떠넘겨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가 사실상 ‘감염 국난’이라는 평이 나올 정도로 악화된 데에는 정부의 잘못된 판단과 늑장 대응 때문이라는 비판이 쏟아지고 있다. 사태 초반 선제적 대응으로 감염 추세를 늦추는 데 어느 정도 성공했다는 평가를 받았던 정부의 방역이 무너진 것은 ‘대구 신천지교회’ 변수뿐 아니라 정부가 지나치게 일찍 사태를 낙관했기 때문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한 야권 관계자는 24일 문화일보와의 통화에서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13일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등 재계 인사들과의 간담회에서 ‘(코로나19 사태가) 곧 종식될 것’이라고 언급한 게 사태의 변곡점이 되지 않았나 싶다”며 “대통령이 나서 곧 종식될 것이라고, 안심하라고 이야기하는데 공직사회의 긴장이 풀어지는 건 당연한 것”이라고 평가했다. 당시 정부와 청와대 관계자들은 “코로나19보다 과도한 불안과 이로 인한 경기 침체가 더 무섭다”는 취지의 언급을 수차례 한 바 있다. 정부가 오는 4월 국회의원 총선거를 앞두고 ‘경제’에 더 초점을 맞추다가 ‘방역’을 놓쳤다는 비판이 나오는 배경이다. 문 대통령이 지난 21일에도 위기경보를 ‘경계’로 유지하다가 23일에야 ‘심각’으로 격상한 것도 늑장대응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문 대통령이 20일 미국 아카데미 4관왕을 차지한 영화 ‘기생충’ 팀을 불러 오찬 행사를 한 것을 두고도 뒷말이 무성하게 나온다. 당시 대구·경북 지역을 중심으로 확진자가 급증하고 있는 상황에서 굳이 문 대통령이 기생충 팀과 오찬을 하며 파안대소하는 모습을 공개했어야 하느냐는 비판이다. 문 대통령이 ‘기생충’ 팀과의 오찬 전에 권영진 대구시장, 정은경 질병관리본부장과 잇달아 통화하기는 했지만, 행사 개최 자체가 사태를 안이하게 판단했기 때문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또 ‘혐오’를 부추긴다면서 코로나19 발원지가 명기된 ‘우한(武漢) 폐렴’ 사용 자제를 요청했던 정부·여권이 대구·경북 지역에서 감염자가 급증하자 ‘대구 코로나’라는 표현을 보도자료에서 사용한 것을 놓고도 비판이 상당하다.

일부 친문(친문재인) 지지층을 중심으로 확진자 급증과 방역 체계 ‘구멍’의 책임을 모두 신천지로 돌리려는 움직임도 엿보인다.

‘국난’ 수준으로 사태가 커지면서 코로나19 확산 방지 여부에 따라 문재인 정부의 명운이 걸려 있다는 정치권의 관측이 나온다. 코로나19 확산 방지에 실패할 경우 4월 총선뿐 아니라 정권에도 위기가 닥칠 것이라는 관측이다. 이에 따라 청와대는 이날 사실상 코로나19 대응 회의로 진행됐던 3실장 주재 회의를 ‘코로나19 대응 전략회의’로 공식화해 운영하기로 하는 등 태세 전환에 나섰다. 문 대통령도 전날 정부서울청사에서 범정부대책회의를 주재한 데 이어 이날 오후 수석보좌관회의를 사실상 병의학계 전문가 단체 초청 간담회로 진행한다.

민병기·정철순 기자 mingming@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