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눈치보다 ‘입국봉쇄’ 못해
섣부른 “종식” 발언도 안일

대통령, 일체 정치 고려없이
확산방지에 국정 집중해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전국에 걸쳐 급속도로 확산하며 나라 전체가 ‘감염 국난’에 빠져들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코로나19 확진자가 매일 100명 이상 늘고, 경제는 내수와 수출이 동반 침체하는 등 퍼펙트 스톰 국면에 접어들었다. 해외에 나간 한국인이 입국 금지를 당해 귀국행 비행기를 타지 못한 채 여행국에 개별 격리되는 등 ‘감염 후진국’이란 국제적 망신까지 당하고 있다. 문재인 정부가 경기침체 우려와 중국 눈치 보기를 하며 적극적이고 선제적인 대응을 해야 한다는 전문가들의 의견을 묵살해 감염 국난을 자초했다는 비판이 일고 있다. 이제라도 문재인 대통령이 국민의 안전과 생명 보호를 위해 좌고우면하지 말고 보다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는 전문가들의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24일 코로나19 확진자 수는 전날보다 161명이 늘어 총 763명에 달했다. 사망자도 1명 증가해 7명이다. 17개 전국 시·도 지역에서 확진자가 나오는 등 코로나19 확산은 잦아들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경제도 직격탄을 맞았다. 사태가 장기화하면서 자영업자들이 폐업이나 부도 위기에 직면했고, 2월 수출도 중국의 부품 공급 차질과 조업 중단 등으로 마이너스를 유지할 가능성이 높다.

감염 국난은 문재인 정부가 자초한 측면이 크다. 전문가들이 1월 말부터 중국 전역에 대한 입국 제한 조치의 필요성을 강조했지만 아직까지 이뤄지지 않고 있다. 문 대통령은 지난 13일 경제계 간담회에서 여러 전제를 달기는 했지만 “곧 종식될 것”이라고 언급하며 상황을 낙관적으로 내다봤다. 정부의 정책 무게 중심이 ‘방역’에서 ‘경제’로 옮겨 가며 방역의 고삐가 느슨해진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급기야 이스라엘 등 15개 국가는 한국인 입국 금지 및 제한조치를 취하는 등 국제 망신을 당했다. 정부는 ‘대구 코로나’라는 정식 보도 자료를 발표해 정치적 논란과 국론 분열을 초래하기도 했다.

전문가들은 “문 대통령은 질병관리본부 등 전문가들에게 방역 전권을 부여하고 정부는 일체의 정치적 고려나 판단 없이 전문가들의 판단을 신뢰하고 철저하게 지원하는 방식으로 정책이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이에 문 대통령도 이날 오후 수석보좌관회의에 백경란 대한감염학회 이사장 등을 초청, 사실상 전문가 초청 간담회로 진행한다. 또 청와대는 위기 단계가 ‘심각’으로 격상됨에 따라 청와대 내 코로나19 대응 전략회의를 공식화해 25일부터 운영할 방침이다.

한편 중국 환추스바오(環球時報)와 영문판 글로벌타임스는 이날 ‘일부 국가의 바이러스 대응이 늦다’는 제목의 공동 사설에서 중국을 제외하고 가장 피해가 큰 나라들로 일본, 한국, 이란, 이탈리아 등 4개국을 꼽은 뒤 “각국이 우한(武漢)의 전철을 밟지 않기를 바란다”고 강조했다.

민병기 기자 mingming@munhwa.com, 베이징 = 김충남 특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