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기간 설정에 코로나 대응 못해
“최소 1년 단위로 조정 필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와 관련, 방역·보건 당국이 위기상황을 대비해 세운 ‘감염병 기본계획’을 준수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기본계획엔 감염병 유행 상황에서 정부·지방자치단체 역할을 상세히 정해놨지만, 당국이 이를 제대로 몰라 우왕좌왕했던 것으로 드러나면서 코로나19 상황을 악화시켰다는 것이다. 특히 언제·어디서·어떻게 발병할지 모르는 감염병에 대한 대응을 5년 단위 장기간으로 설정, 지난해 말 중국 우한(武漢)시에서 최초 발병한 코로나19가 기본계획에서 제외되면서 화를 키웠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24일 문화일보가 입수·분석한 질병관리본부(질본)의 ‘제2차 감염병 예방관리 기본계획(안)’에 따르면 감염병 유행 시 다부처·범국가적 공동대응을 목표로 하는 ‘한국형 원헬스(One Health) 기반 협력체계 구축’이 향후 5년간 추진방향으로 설정돼 있다. 특히 2차 기본계획에선 감염병 신속 대응을 위해 중앙정부-지자체 간 역할분담을 명확히 했다. 위험도가 큰 신종감염병·고위험감염병은 중앙정부가 통제하고, 위험도가 낮은 감염병은 시·도 등에서 현장 대응하는 방식이다.

감염병 기본계획은 ‘감염병의 예방 및 관리에 관한 법률’ 제7조에 따라 보건복지부 장관이 5년마다 수립·시행해야 한다. 하지만 정부와 지자체는 국내 코로나19 최초 확진자가 등장한 지난달 20일부터 한 달여 동안 기본계획에 따른 조처를 하지 않았다. 특히 대구·경북 지역에서 무더기 확진자가 나온 지난 18일에는 질본의 ‘늦장대응’에 지자체가 서둘러 환자 동선을 공개하는 등 중앙정부가 신종감염병에 대한 컨트롤타워 역할조차 제대로 수행하지도 못해 여론의 뭇매를 맞았다.

감염병 예방·관리 계획을 장기간으로 설정한 것이 이번 사태를 키웠다는 지적도 이어졌다. 현재 기본계획은 5년 단위로 짜여있다. 보건 당국은 박근혜 정부인 2013년 8월 제1차 기본계획, 문재인 정부인 2018년 6월 제2차 기본계획을 발표했다. 하지만 추가 갱신 없이 기본계획만 고수하면서 번번이 허점을 드러냈다. 실제로 방역·보건 당국은 기본계획이 있음에도 2015년 메르스(중동호흡기증후군)와 올해 코로나19 사태에 반 박자 늦은 대응을 내놨다. 김우주 고대구로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최소 1년 단위로 기본계획을 조정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김성훈 기자 powerkimsh@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