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이 14일 검찰 고발을 취하한다고 밝히긴 했지만, 신문에 게재된 칼럼에 대해 해당 필자와 이를 게재한 언론사 측을 선거법 위반 혐의로 고발했던 일은 매우 충격적이다. 소송전은 벌어지지 않게 됐지만, 그렇다고 해서 결코 일과성 해프닝으로 넘길 수 없다. 여당과 청와대, 법무부 등 집권세력의 최근 행태는 민주주의를 심각하게 위협하는 지경에 이르렀고, 이번 사태는 그 발상만으로도 민주주의 근간인 표현의 자유를 억누르는 일이기 때문이다.

민주당은 지난달 29일 자 경향신문에 게재된 임미리 고려대 한국사연구소 연구교수의 칼럼에 대해 지난 5일 서울남부지검에 고발했다고 한다. ‘민주당만 빼고’라는 제목의 이 칼럼은 현 정부가 촛불정신을 제대로 이행하지 않는다고 비판하면서 이번 총선에서 그런 민주당에 경고를 보내자는 취지여서 민주당에 비판적인 글에 재갈을 물리자는 목적 이외에는 상상하기 힘들다. 그 글이 게재된 지 2주일이 지났지만, 절대다수 국민은 그런 인식을 갖지 않았다. 최소한 먼저 필자나 언론사에 반론을 요청하거나, 언론중재 절차부터 따라야 했다. 검찰로 간 것은, 임 교수가 “나를 위축시키려는 의도”라고 밝혔듯이 비판을 차단하겠다는 것이다.

이런 행태는 ‘내로남불’이고 법리적으로도 황당한 일이다. 헌법 제21조의 언론의 자유에 대한 중대한 침해는 물론 2000년 제16대 총선 당시의 낙선운동과 비교해도 그렇다. 그 뒤 선거법이 개정돼 낙선 운동이 금지됐지만, 법원은 단순한 의견 개진, 의사 표시 수준을 넘어선 의도적·조직적 활동만 낙선 운동으로 판단하고 있다. 2014년 일본 산케이 신문의 가토 다쓰야 서울지국장이 박근혜 대통령이 세월호 침몰 당시 정윤회 씨와 함께 있었다는 명백한 허위 내용이 포함된 칼럼을 쓴 것에 대해서도 법원은 무죄를 선고한 바 있다. 당시 문 대통령은 ‘신문 없는 정부보다 정부 없는 신문을 택하겠다’는 말까지 인용하며 언론의 권력 비판을 옹호했었다. 이 일이 아니더라도 민주당은 최근 야당 등을 상대로 고소·고발을 쏟아내고 있다. 파시즘으로 가는 위험한 행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