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크게보기백악관 찾은 에콰도르 대통령 부부 도널드 트럼프(오른쪽 세 번째) 미국 대통령과 부인 멜라니아 여사가 12일 워싱턴DC의 백악관을 찾은 레닌 모레노 에콰도르 대통령 부부와 함께 기념사진을 촬영하고 있다. EPA 연합뉴스

뉴햄프셔 경선서 승리 거두자
“민주당 선두주자” 치켜세우기
대선 후보 토론회 참가도 시사
블룸버그는 견제하며 깎아내려

월가에선 샌더스 후보 경계
“트럼프만큼 美 경제 망칠것”

미국 민주당 두 번째 경선인 뉴햄프셔 프라이머리(예비선거)에서 버니 샌더스(무소속·버몬트) 상원의원이 박빙의 승리를 거두면서 당내 진보파와 중도파 간 기싸움이 커지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샌더스 의원을 민주당 선두주자로 치켜세우고 당초 거부 의사를 밝혔던 대선 후보 토론회 참가를 시사하는 등 전략적 밀어주기 행보를 보이고 있다.

12일 워싱턴포스트(WP) 등 미 언론에 따르면 전날 치러진 뉴햄프셔 프라이머리에서 샌더스 의원은 25.7%의 득표율로 ‘매우 불안정한’ 1위를 차지했다. 2위와의 격차는 불과 1.3%포인트 차이다. 게다가 지난 2016년 경선에서 힐러리 클린턴 후보와 경쟁할 때 60% 넘게 얻었던 득표율과 비교하면 절반도 되지 않는다. 중도파인 피트 부티지지 전 사우스벤드 시장은 뉴햄프셔에서 2위를 기록했지만 득표율이 24.4%로 샌더스 의원을 턱밑까지 추격했다. 또 샌더스 의원과 같은 9명의 대의원을 확보해 사실상 무승부나 다름없는 결과를 얻었다. 역시 중도파인 에이미 클로버샤(미네소타) 상원의원은 19.8%를 득표해 6명의 대의원을 확보했다. 워싱턴포스트(WP)는 아이오와와 뉴햄프셔에서 진보와 중도 표심이 나눠지며 압도적 승자가 나오지 않은 점을 들어 “민주당이 대선 후보 경선 과정에서 길고 분열적 경쟁을 대비하고 있다”고 전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샌더스 의원 띄우기와 마이클 블룸버그 전 뉴욕시장 견제를 통해 민주당 분열을 적극 활용하고 나섰다. 트럼프 대통령은 12일 백악관에서 취재진의 ‘누가 민주당의 선두주자인가’라는 질문에 “좋은 질문이다. 나는 버니가 매우 잘하는 것처럼 보인다고 말하겠다”고 답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나는 사람들이 그의 메시지를 좋아한다고 생각한다”며 “그러나 많은 사람은 그 특정한 메시지를 좋아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대선후보 토론에 응할지에 대해 “물론이다. 나는 사실 고대하고 있다”고 답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블룸버그 전 시장에 대해서는 “경량급”이라며 “내가 본 사람 가운데 토론을 제일 못하는 사람이다. 존재감도 전혀 없다”고 깎아내렸다. 이는 자칭 ‘민주적 사회주의자’인 샌더스 의원을 대선 후보로 밀어 대선판을 ‘사회주의’ 대 ‘자유주의’로 짜려는 의도라는 분석이다. 블룸버그 전 시장 견제는 조 바이든 전 부통령 부진으로 갈 곳을 찾지 못하는 중도파의 결집을 방해하려는 전략이다.

샌더스 의원 부각에 미국 월가에서는 경계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12일 WP 등에 따르면 골드만삭스 전 회장 겸 CEO를 지낸 로이드 블랭크파인은 11일 트위터에 샌더스가 후보가 되면 “트럼프(대통령)만큼 분극화시키고, 경제를 망치고 군대를 돌보지 않을 것”이라고 비판했다. 그는 또 “민주당이 샌더스를 후보로 선택하면 러시아는 누구를 위해 일해야 할지를 재고해야 할 것”이라며 “내가 러시아라면 샌더스와 함께 갈 것”이라고 주장했다.

워싱턴 = 김석 특파원 suk@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