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미 상영관 3개로 시작했지만
수상뒤 2000개 이상으로 확대
영국선 亞 영화 최대규모 개봉

영화속 ‘짜파구리·반지하’도
한국만의 문화코드로 큰 인기
BBC “문화적 돌파구 열었다”

92년 아카데미 역사를 뒤흔든 봉준호 감독 ‘기생충’의 효과가 벌써 감지되고 있다. ‘기생충’에 대한 전 세계 영화팬들의 관심이 늘어나면서 박스오피스를 역주행하는 것에서 시작해 한국영화, 나아가 한국문화에 관한 관심과 이해의 폭이 확대되고 있다.

가장 눈에 띄는 효과는 ‘기생충’에 대한 수요의 폭증이다. 10일 미국 박스오피스 모조닷컴에 따르면, ‘기생충’은 전 세계적으로 1억6542만 달러(약 1965억 원)의 흥행수입을 올리고 있다. 북미에서만 3553만 달러(422억 원)를 벌어들였다. 북미 개봉 외국어 영화 중 역대 흥행 6위다. 지난해 10월 개봉할 때만 해도 스크린이 3개에 불과했지만 입소문을 타고 620개까지 늘었다가 골든글로브상 계기로 다시 1060개까지 증가했다. 현지에서는 아카데미 효과로 개봉관을 2000개 이상으로 늘려 흥행 역주행이 본격화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워싱턴포스트는 이날 ‘기생충’의 박스오피스 성적을 전하며 “국제영화로서 인상적이지만 많은 미국인이 아직 보지 못했다는 의미이기도 하다”며 “그러니 아직 영화를 보지 못했다면 당장 나가서 보라”고 추천했다. 아카데미 수상 효과는 흔히 수천만 달러에 달한다고 한다. 작품상을 받은 영화의 흥행수입은 평균 1500만 달러(178억 원) 정도 늘어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영국에서는 지난 7일 100여 곳, 1554개 스크린을 확보해 역대 아시아 영화 중 최대 규모로 개봉했다. 영국영화TV예술아카데미(BAFTA)에서 외국어영화상을 받은 영향이 컸다. 그러나 아카데미로 인해 상영관은 더 확대될 것으로 예상된다. ‘기생충’의 수상 행진이 시작됐던 프랑스에선 현재 장기 흥행 중이다. 지난해 5월 칸국제영화제 황금종려상 수상 이후 약 10개월간 개봉을 유지하며 프랑스 내 아시아 영화 역대 흥행 1위에 올랐다. 일본에서도 지난해 12월 개봉 이후 한 달 보름이 지났지만 현재 박스오피스 4위를 지키고 있다. 누적 관객 100만 명에 흥행수입도 약 15억 엔(162억 원)으로 근래 보기 드문 성적을 내고 있다. ‘기생충’은 현재 미국·영국·프랑스·일본·스위스·호주 등 전 세계 67개국에서 개봉했다. 곧이어 핀란드·불가리아·인도 등에서도 개봉할 예정이다.

국내에선 주문형비디오(VOD)를 통한 다시보기가 늘어나고 있다. 10일 VOD 서비스 사업자인 홈초이스에 따르면, ‘기생충’은 영화 VOD 부문에서 ‘백두산’과 ‘시동’에 이어 3위를 기록하고 있다. 국내 개봉한 지 1년이 다 된 작품치곤 엄청난 ‘역주행’이다.

‘기생충’이 전해준 보편성과 재미·공감대를 통해 한국영화나 문화에 대한 관심도 갈수록 커지고 있다. 마치 방탄소년단(BTS)을 통해 K-팝과 K-컬처가 미국의 주류 문화에 자연스럽게 연착륙한 것에 비교된다. BBC는 ‘한국영화계에 오스카 수상은 어떤 의미일까’라는 기사에서 “아카데미 수상이 물론 역사적 사건이지만 그보다 더 큰 의미가 있다”며 “그것은 문화적 돌파구(Cultural Breakthrough)”라고 평가했다.

당장 ‘기생충’이 미국 안방극장으로 스며든다. 봉 감독은 이미 ‘바이스’ ‘빅쇼트’ 등을 만든 애덤 매케이 감독과 함께 HBO에서 방영할 ‘기생충’의 드라마화에 합의했다.

이에 앞서 이미 드라마로 제작된 봉 감독의 ‘설국열차’는 5월 31일부터 워너미디어 계열 채널인 TNT를 통해 방송된다. 한국의 영화 콘텐츠가 미국의 일반 대중에게 한 발짝 더 다가가는 셈이다. ‘짜파구리’ ‘수석’ ‘반지하’ 등 ‘기생충’ 속에 표현된 상징들이 하나의 문화 코드로 인기를 끌고 있는 것도 같은 맥락으로 볼 수 있다.

김인구 기자 clark@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