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확진자 신상정보 공개 논란

어제 발생 17번째 확진자의 경우
구리시 △△동 S아파트에 거주
△△순두부 점심·택시 이동 등
정부 발표내용보다 훨씬 구체적

확진자 자녀 어린이집 소문 등
괴담 · 가짜뉴스 부작용 우려도

‘성명 : ○○○／38세／남／한국, 발생경위 : 싱가포르 학회 참석 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에 감염된 사람과 밀접접촉, 증상: 발열, 인후통.’

5일 오전 9시 20분쯤 질병관리본부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우한 폐렴) 확진자 2명이 추가로 발생했다고 발표한 직후 인터넷에서는 17번째 확진자에 대한 신상과 동선이 유포됐다. 질본이 구체적인 동선 내용을 발표한 이날 오후 2시보다 몇 시간 앞선 시점이었다. 사진 파일로 떠도는 정보에는 상세한 내용이 담겨 있었다. 그는 싱가포르에서 열린 세미나에 18∼22일 참석했으며 22일 입국했다. 귀국 당일 오전 11시 47분 공항철도로 향했고, △△순두부에서 점심을 먹은 뒤 택시를 타고 이동했다는 식으로 구체적인 동선이 들어 있었다. 또 1월 26일부터 확진 판정을 받은 2월 5일까지 자택 외 방문 장소도 빼곡하게 기재돼 있었다. 비슷한 시각 인터넷에서는 17번째 확진자가 사는 아파트가 구리시 △△동 S아파트이고, 구리시 공무원들이 비상근무에 들어갔다는 정보도 나돌았다.

질본은 개인 사생활 보호를 위해 우한 폐렴 확진자들의 개인 신상은 공개하지 않고 동선 정보는 공개한다는 방침이지만 인터넷에서는 확진자 발생 발표 직후 몇 시간이 지나지 않아 방역당국의 경과 및 조치 내용 발표보다 앞서 상세하고 구체적인 정보가 유포되고 있다. 이에 따라 확진자 동선 정보 공개를 두고 찬반 논란이 일어나고 있다. 확진자 정보 공개가 오히려 사회 혼란을 일으킨다는 주장이 있는 반면 우한 폐렴 예방 차원에서 확진자 정보를 적극 공개하는 것이 합리적이라는 의견도 있다. 더구나 인터넷에서 떠도는 확진자 정보는 종종 가짜뉴스로 가공되거나 괴담, 유언비어가 만들어지는 기초 재료로도 사용되면서 부작용을 빚기도 한다. 광주광역시에 거주하는 16번 확진자의 경우 어린 아들이 다니는 어린이집이 어디인지를 놓고 인터넷에서 온갖 소문이 돌면서 부모들이 일제히 어린이집에 확인을 요청하는 소동이 벌어지기도 했다.

방역 당국이 확진자의 이동 정보를 공개하는 이유 중 하나는 ‘밀접 접촉자’를 조기에 발견해야 지역사회 감염 확대를 최대한 막을 수 있기 때문이다. 방역 당국은 확진자가 나올 때마다 역학조사를 통해 최대한 신속하게 동선을 공개하고 있다. 본인이 확진자와 접촉했다는 것을 알게 하고 자진 신고할 수 있도록 유도하기 위한 것이다. 방역 당국은 2015년 메르스(중동호흡기증후군) 사태 때 확진자 동선을 공개하지 않아 지역사회 감염을 막는 데 실패하고 거센 비판에 직면했던 전례를 갖고 있다.

이후 ‘감염병의 예방 및 관리에 관한 법률’이 개정돼 감염병 환자는 물론이고 감염이 우려되는 사람의 휴대전화 위치추적이 본인 동의 없이도 가능하게 됐다. 해당 법률 제34조 2 ‘감염정보 시 정보공개’ 조항에 따르면 보건복지부 장관은 국민의 건강에 위해가 되는 감염병 확산 시 감염병 환자의 이동 경로, 이동 수단, 진료 의료기관 및 접촉자 현황 등 국민이 감염병 예방을 위해 알아야 하는 정보를 신속히 공개해야 한다. 다만, 공개된 사항 중 사실과 다르거나 의견이 있는 당사자는 복지부 장관에게 이의신청을 할 수 있다. 방역 당국은 공개 정보 외에 확진자 개인 신상 정보가 담긴 문건이 외부에 유출되는 경우 사법 당국에 수사를 의뢰하는 등 엄중하게 대처한다는 방침이다.

최재규 기자 jqnote91@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