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당 등 ‘통합신당’ 명칭 검토
安측은 ‘안철수신당’ 사용 추진
정치적 지향점·가치 없어 논란

21대 국회의원 총선거를 앞두고 벼락치기식 정계개편이 이뤄지면서 정치적 지향점과 가치를 담지 못한 총선용 임시 정당명이 속출할 조짐이다. 자유한국당이 통합을 염두에 둔 새로운 당명으로 ‘통합신당’을 고려하는가 하면 안철수 전 의원 중심으로 추진되는 신당은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안철수신당’이라는 이름을 사용할 수 있는지 문의한 것으로 4일 전해졌다.

한국당이 통합신당을 신당명으로 우선 검토하는 것은 범보수·중도 세력이 ‘반문(반문재인)’을 기치로 하나로 뭉쳤다는 메시지를 부각하기 위한 의도로 풀이된다. 안 전 의원 측이 안철수신당이라는 당명을 추진하는 것은 안 전 의원 개인의 경쟁력을 기반으로 지지층의 표심을 얻겠다는 전략이다. 안 전 의원 측 관계자는 “정당이 지나치게 많아 유권자에게 혼란을 주지 않기 위해서”라며 “단순하고 명확해 지지자들이 가장 원하는 당명”이라고 설명했다.

문제는 이들 당명에 그들이 추구하는 가치가 담기지 않았다는 점이다. 통합·혁신은 정당이 추구하는 가치라기보다 핵심 가치를 실현하기 위한 방법론에 불과하다. 과거 민주당 계열의 대통합민주신당과 같은 사례가 있으나 당시에는 ‘민주’를 당명에 포함해 정체성을 명확히 보여줬다. 한국당이 고려하는 또 다른 당명 후보인 ‘통합혁신당’ 또한 문재인 대통령 등이 19대 총선을 앞두고 결성했던 ‘혁신과 통합’과 비슷하다.

안철수신당이 당명으로 확정되면 특정 개인의 이름을 당명으로 사용하는 첫 사례가 된다. 이 역시 안철수라는 정치인만 보여줄 뿐 정치적 지향점이나 가치를 보여주지 못한다. 중앙선관위는 과거 “특정인을 연상시키는 문구가 포함된 정당 명칭은 사회 통념상 바람직하지 않다”는 의견을 제시한 바 있다.

한국당과 안 전 의원 측도 임시 정당명의 문제점을 알고 있다. 이 때문에 임시 정당명으로 일단 총선을 치른 뒤 노선과 가치를 반영한 새로운 이름으로 바꾸거나 재창당 수순을 밟겠다는 계획이다.

나주예 기자 juye@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