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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성상 경희대 의대 교수

마비 증상으로 환자가 병원을 찾아오면 의사는 근력 저하, 감각 이상, 균형을 잘 잡지 못하는 실조 현상 등 다양한 원인을 생각하면서 진찰하게 된다. 환자 입장에서는 근력 저하나 감각 이상이 발생하면 흔히 뇌졸중으로 알고 병원을 찾는 경우가 많지만, 다른 신경질환인 경우도 있는 탓이다.

56세 남성이 다리에 마비가 온 것 같다며 병원에 왔다. 신경학적 검사에서 양측 하지의 근력 및 운동 기능은 정상이었다. 다만 양측 무릎 관절 아래 감각이 정상의 약 70%, 발목 관절 아래 감각이 약 50%, 발가락 부위 감각은 거의 느끼지 못했다. 두 다리의 심부건반사(무릎반사)가 저하됐고, 다음 날부터 근력 저하가 시작돼 양팔까지 근력 저하와 감각 이상이 진행됐다. 결국, 길랭-바레 증후군으로 진단했다.

길랭-바레 증후군은 루스벨트 전 미국 대통령이 앓았던 것으로 의심되는 대표적인 말초신경질환이다. 말초신경은 운동·감각신경이 한 덩어리로 함께 뭉쳐 다니는 경향이 있어 질환이 생기면 대부분 운동과 감각 마비가 동시에 진행된다. 환자의 약 70%에서 마비 진행 전 상기도 감염, 폐렴, 위장관염, 미코플라스마병, 라임병과 같은 다양한 감염질환이 선행된다.

증상은 다양하게 나타난다. 다리에서 팔로 진행하는 대칭성 마비가 감각 이상을 동반하는 경우가 많고, 보통 1∼3주에 걸쳐 천천히 진행하지만 수일 만에 급격히 진행하는 경우도 있다. 마비의 경우 경미한 마비에서부터 호흡마비까지 진행하는 경우도 있어 사망률이 2∼3%에 이른다.

진단은 임상증상 및 신경학적검사, 신경전도검사, 뇌척수액검사, 신경수초에 분포하는 강글리오사이드에 대한 자가항체검사 등을 시행한다. 신경전도검사와 뇌척수액검사는 발병 후 최소 1주일은 경과해야 이상 소견이 나타나기 시작하므로 검사 전이라도 의심되면 치료를 시작해야 한다. 치료는 면역글로불린 정맥주사와 혈장분리교환술을 시행한다. 두 치료의 효과는 비슷하다고 알려져 있고 두 가지를 같이 활용하는 병합 요법이 좋다는 근거는 없다.

근력 저하나 감각 이상이 몸의 한쪽에서만 느껴지는 것이 아니라 양측 대칭성으로 발생했다면 길랭-바레 증후군 같은 말초신경질환이나 다발성근염 같은 다른 신경질환도 꼭 염두에 둬야 한다. 뇌졸중은 특별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우측 혹은 좌측의 한쪽에만 마비가 오거나 감각 이상이 발생하기 때문에 알아두고 참고하면 좋다.


◇윤성상 교수

경희대 의대를 졸업하고 동 대학원에서 석·박사학위를 받았다. 전문진료 분야는 말초신경병, 근육병, 다발성경화증, 두통, 어지럼증이다. △대한신경과학회 대외협력이사 △대한임상신경생리학회 홍보이사 △대한신경과학회 권익증진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