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靑, 인권위 ‘조사불가’ 공문 받고도
“청원이첩” → “행정실수” 왜곡 해명

조국 전 법무부 장관 일가에 대한 검찰 수사의 인권침해 여부를 조사해 달라는 국민청원에 관해 청와대가 ‘익명의 진정은 접수할 수 없다’는 국가인권위원회의 입장을 받고도 이를 ‘조사에 착수할 수 있다’는 취지로 왜곡 발표했다는 논란이 그치지 않고 있다.

17일 인권위와 청와대 발표 내용 등에 따르면 지난 7일부터 청와대와 인권위 사이에서는 조 전 장관 관련 국민청원에 대해 수차례 공문이 오갔다. 우선 대통령 비서실에서 인권위에 첫 공문을 보낸 것은 지난 7일이었다. ‘국민청원 관련 협조 요청’이란 제목의 이 공문엔 국민청원 답변 요건이 달성된 것에 따른 인권위의 답변 협조를 요청하는 내용이 담겨 있었고, 해당 국민청원 내용도 첨부돼 있었다. 지난해 10월 15일 시작된 이 청원은 검찰이 조 전 장관 일가를 수사하는 과정에서 무차별적 인권침해가 있었으니 인권위가 철저히 조사해 달라는 내용이다. 청원 게시 후 한 달 동안 22만6434명의 동의를 얻어 공식 답변 요건을 채웠다. 하지만 청와대의 공문이 전달된 바로 다음 날인 8일 인권위는 “진정 제기 요건을 갖춰 행정상 이송(이첩)이 이뤄져 조사 개시 요건을 갖춘 경우에만 진정으로 접수해 조사가 가능하다”고 회신했다. 인권위법에 따르면 진정이 익명이나 가명으로 제출된 경우엔 각하하도록 돼 있는데, 청와대 국민청원은 익명으로 운영되기 때문에 진정인이 특정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 같은 취지의 답변에도 불구하고 9일 청와대는 국민청원을 이첩한다는 내용의 공문을 재차 보내며 해당 국민청원 내용을 첨부했다. 주말이 지난 뒤 13일 강정수 청와대 디지털소통센터장은 SNS를 통해 국민청원에 답변하며 “청원과 동참하신 국민의 청원 내용을 담아 대통령 비서실장 명의로 인권위에 공문을 송부했다”고 밝혔다. 특히 강 센터장은 “인권위는 청와대 국민청원에 접수된 위 청원 내용이 인권침해에 관한 사안으로 판단되면 조사에 착수할 수 있다고 전해왔다”고 말하기도 했다. 인권위가 이전에 답변한 취지와는 배치되는 내용이다.

게다가 이 같은 답변이 나온 날 청와대는 인권위에 “9일자 공문은 착오로 송부된 것”이라며 폐기 요청 공문을 보냈고, 인권위는 해당 공문을 반송 처리했다. 청와대 관계자는 “9일에 (구두로) 폐기 요청을 했는데 13일 인권위에서 공문으로 보내달라고 해서 보낸 것”이라고 설명했다.

조재연 기자 jaeyeon@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