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靑 영장집행 거부·인사’ 비판
前변협회장 등 변호사 130인
“법치유린행위 중단하라”성명

진보성향 ‘이판사판’ 게시판
‘영장불응’ 글에 댓글 잇따라

청와대가 법원이 발부한 압수수색 영장의 집행을 거부하고, 정권을 향한 수사를 하는 검찰 지휘부에 대한 보복성 물갈이 인사를 단행한 것 등을 놓고 진보 성향 판사들을 포함한 일선 판사와 변호사 등 법조계 전반에서 청와대와 정부의 ‘수사 방해’ ‘헌법·법치주의 훼손’을 거론하면서 논란이 확산되고 있다.

전직 고검장·지검장·대한변호사협회 회장 등 변호사들이 참여한 ‘대한민국 법치주의 후퇴를 우려하는 변호사 130인’은 17일 “권력은 법치 유린 행위를 중단하라”는 제목의 성명서를 발표했다. 이들은 “지난 8일 검찰 인사를 보면서 참담한 심정을 금할 길이 없다”면서 “권력형 비리를 수사하는 검찰 간부들이 대부분 교체된 것은 수사 방해 의도로 볼 수밖에 없다”며 “다음 정권에서도 권력형 비리 수사를 무마시킬 수 있는 최악의 선례가 만들어졌다”고 지적했다. 이어 “대통령의 인사권은 국민이 준 권력이므로 엄정하고 공정하게 행사돼야 한다”며 “이번 검찰 인사에 대해 인사권을 운운하는 것은 국민주권주의에 반하고 국민을 모욕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들은 법무부가 추진하는 직제개편안에도 반대 입장을 내놨다. 조국 전 법무부 장관 가족 비리 의혹, 삼성물산·제일모직 인수합병 의혹, 청와대 선거개입 의혹, 신라젠 주식거래 의혹 등 폐지 대상 수사부서들이 맡은 주요 사건을 거론하며 수사에 중대한 차질이 발생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그러면서 “숨겨야 하는 진실이 무엇이길래 이처럼 강압적인 수사 방해를 시도하느냐”며 “더 이상 법치주의가 유린되는 상황이 계속된다면 이번 성명에 참여한 변호사들은 분연히 궐기해 법치주의 수호에 나설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 성명에는 함정호·천기흥·신영무·하창우·김현 전 대한변협 회장, 정진규·문효남 전 고검장, 이명재·조희진 전 검사장, 이헌 전 대한법률구조공단 이사장, 최혜리 전 국가인권위원회 상임위원 등이 참여했다.

법원 내 진보 또는 소장파 성향 판사 모임인 국제인권법연구회 소속 판사들의 인터넷 익명 카페인 ‘이판사판야단법석’에도 지난 10일 청와대가 검찰의 압수수색 영장 집행을 거부한 데 대한 논쟁이 계속 이어지고 있다.

이 카페에서 익명의 판사는 ‘영장 불응’이라는 제목의 글을 올리며 논쟁의 불을 지폈다. 이 판사는 “청와대가 이처럼 영장을 무시하는 행태에 대해 사법부의 적절한 입장 표명이 필요하지 않겠냐”며 “이번 청와대처럼 피압색기관이 법원 발부 영장이 특정되지 않았다는 이유로 압색을 거부하는 사태가 벌어지면 어떤 방법으로 제재를 해야 하나”라고 꼬집었다. 이 글에는 ‘영장 불응, 거기에다 앞으로 관련 영장에 이런 이유로 계속 집행을 거부한다면 위헌, 위법한 행동으로 볼 수 있지 않겠냐’ ‘청와대 압색 영장 불응이야말로 법치를 스스로 부정하는 것에 다름 아니라고 생각한다. 나중엔 구속영장도 불응할 것 같다’는 등의 댓글이 달렸다. 법원 내부에서도 청와대와 법무부가 밀어붙이는 검찰개혁을 비판하는 목소리들이 적지 않다.

최지영 기자 goodyoung17@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