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크게보기바통 터치 지난 14일 미국에서 한·미 및 한·일 외교장관회담과 한·미·일 외교장관회의에 참석했던 강경화 외교부 장관이 16일 오전 인천국제공항에 도착한 뒤 기자들의 질문을 받고 있다. 연합뉴스

개별관광 등 독자노선 본격화
이도훈, 美와 ‘제재예외’ 협의
국제사회 北제재 공조 허물고
韓·美동맹에 균열 심화 우려
전문가 “개별관광, 北에 ‘돈줄’
중국 영향력만 키울수도” 비판
北호응·관광객 안전 등 난제도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14일 북한 개별관광 추진을 언급한 이후 정부가 국제사회의 대북제재 공조를 허물 수 있는 ‘남북관계 우선론’에 입각한 독자노선을 본격화하고 있다. 강경화 외교부·김연철 통일부 장관에 이어 이도훈 외교부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도 대북제재 예외 적용을 위한 미국과의 협의에 들어갔다. 한·미 공조 균열 확대를 넘어 북한 비핵화 목표까지 흔드는 위험한 구상이라는 비판이 나온다. 문 대통령의 ‘우리민족끼리’ 노선이 결국 북한의 핵 보유를 용인하는 결과를 낳고, 북한 비핵화는 더 요원해질 것이라는 우려도 커지고 있다.

이미지 크게보기바통 터치 이도훈 외교부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이 15일 인천국제공항에서 금강산 개별관광 허용 문제 등을 논의하기 위해 미국으로 출국하기에 앞서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뉴시스

이도훈 본부장은 15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DC 인근 덜레스 국제공항에서 기자들과 만나 미국 측과 개별관광 등에 관한 제재 예외 적용 여부를 “한번 이야기해보려 한다”고 말했다. 이 본부장은 스티븐 비건 미국 국무부 부장관 겸 대북정책 특별대표와의 면담에서 정부의 구체적인 개별관광 방안을 설명하고, 제재 예외 적용을 위한 실무적 문제를 논의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는 강경화 장관이 전날 한·미 외교장관회담에서 “대북제재에 해당하지 않거나 제재 예외를 받아서 추진할 수 있는 남북 사업이 있다”며 미측에 협조를 요청한 것의 연장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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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이 본부장이 이날 “허심탄회하게 입장을 이야기하고 상대의 이해를 구하는 게 지금 제일 필요하다”고 밝히면서, 문 대통령의 제안이 한·미 간 사전 조율을 거치지 않았다는 점을 드러냈다. 미측이 대북제재 예외 적용에 응하지 않을 경우 한·미 동맹 균열은 더 커질 것이라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미국 백악관·국무부가 이날 “미국은 유엔 회원국들이 안보리의 모든 제재 결의들을 이행할 것을 기대하고 있다”면서 원론적인 입장을 되풀이하면서 문 대통령의 대북 구상에 부정적이라는 평가도 나온다.

한·미 간 대북 공조 ‘엇박자’가 날 경우 북한 비핵화가 요원해질 것이라는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미·북 비핵화 협상 진전이 없는 상황에서 문재인 정부의 남북관계 ‘독주’는 대북제재로 경제가 어려운 북한에 오히려 ‘돈줄’을 대주면서 북한 핵·미사일 개발을 방치하는 결과를 낳을 수 있다는 지적이다. 개별관광이 남북 통로가 아닌 중국을 통한 우회적 형식으로 진행되면, 북한의 ‘뒷배’인 중국의 영향력만 키워줄 수 있다는 비판도 나온다. 한·미 공조를 통한 북한 비핵화라는 가장 현실적 방안이 좌초되면서 북한의 핵보유국 주장만 용인해주는 식으로 귀결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북한이 문재인 정부의 제안을 수용할지도 미지수인 데다, 2008년 금강산 관광객 피살 사건처럼 북한을 여행하는 우리 국민의 안전도 보장할 수 없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또 남북 대화를 거부하고 있는 북한이 남한 관광객의 입경을 허용할지, 입경을 허용한다고 해도 개인 관광객의 안전을 어떻게 담보할 수 있을지가 숙제다.

김영주 기자 everywhere@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