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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교협회 22대회장 취임한 이준규 前 일본대사

“현실인식 바탕 최선 끌어내야”

전현직 외교관 2000여명 회원
초당적 외교활동 지원 등 모색
대학생 글로벌 리더십 특강 등
국민과 직접 소통도 확대 계획

“외교는 희망적 관측이나 기대는 금물입니다. 냉철한 현실인식의 바탕 위에서 무엇이 최선인가를 지혜롭게 판단해야 합니다.” 지난 3일 한국외교협회 제22대 회장에 취임한 이준규(67·사진) 전 주일본 대사는 “외교부를 포함해 정부의 외교·안보 부서와의 소통을 강화하고, 국회의 초당적 외교활동 지원 등 협회가 할 수 있는 역할을 모색할 계획”이라고 포부를 밝혔다. 이와 함께 학술, 연구 활동, 민간외교 활동, 정부의 공공외교 지원 활동 등을 강화해 나가겠다고 했다. 국민과의 직접 접촉과 소통도 대폭 늘려나갈 예정이다. “대학생들을 대상으로 여름·겨울방학 때 ‘글로벌 리더십 과정’과 ‘중학생을 위한 대사 특강’ 등 외교 안보·강의 프로그램을 늘려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현재 우리나라가 외교·안보적으로 어려운 시기를 맞고 있는 데 대해 이 회장은 “우리를 둘러싸고 있는 환경은 매우 엄중하여 조금도 방심할 수 없다”면서 “‘지피지기’의 노력을 하면서 우리 힘으로 할 수 있는 부분에 집중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 사람의 노련한 직업외교관은 오랜 세월 동안의 공부와 훈련, 경험을 통해 길러지는 국가의 소중한 자산입니다.” 사단법인 한국외교협회는 1973년 출범해 전·현직 외교관 2000여 명이 회원으로 있는 외교전문가 집단이다. 그는 지금은 외교가 직업외교관들의 전유물이 아니며,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들이 외교에 참여해야 한다면서도 “직업외교관들의 전문성은 존중되고, 최대한 활용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1978년 외무고시를 거쳐 2017년 퇴직할 때까지 40년간 직업외교관을 지낸 그는 주뉴질랜드 대사, 주인도 대사, 재외동포영사대사, 외교안보연구원장 등을 역임했으며 지난해 인도포럼 회장과 한일친선협회 중앙회 부회장을 맡았다. “2000년대 초 주중대사관 총영사로 있을 때 대사관으로 뛰어들어온 많은 탈북자를 대사관에서 보호하다가 중국 정부와의 교섭을 통해 한국으로 보냈던 일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고 했다. 또 “2004년 김선일 씨 피살 사건 직후에 외교부 재외동포영사국장으로 있으면서 외교부의 대국민 서비스 개념을 도입하고, 사건 사고 대응체제를 구축했던 것도 큰 보람이었다”고 말했다. “지금은 당연하게 생각하는 해외여행 시 휴대전화를 통한 경보 안내, 24시간 영사콜센터 운영, 해외사고 신속대응팀 등이 그때 시작됐고, 여권 발급 업무의 지자체 이전도 그때부터 본격화됐습니다.”

‘화이부동(和而不同)’은 이 회장의 외교 철학이다. 화합하되 같아지지 않는다는 의미다. 늘 국익을 우선시해야 하는 외교관은 ‘상대방이 나를 신뢰하도록 해 내가 원하는 방향으로 조금이라도 더 끌고 오는 것’이 중요하며 이를 위해 평생 외교관 생활을 하면서 ‘만나는 모든 사람을 내 편으로 만들자’는 목표를 가지고 노력해 왔다고 한다.

박현수 기자 phs2000@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