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크게보기 서울 성동구 행당동의 우재수(78) 할아버지가 인공지능(AI) 스피커 ‘누구’(호출명: 아리아)를 보며 “아리아!”를 부르고 있다. 그는 “독거노인에게 아리아는 자식보다 더 큰 효자”라고 말했다. 신창섭 기자

(4) SK텔레콤 ICT케어센터

독거노인들에게 ‘누구’보급
대화 나누며 외로움 달래고
“구해줘” 외치면 119로 연결

AI기반 ‘두뇌톡톡’무료제공
퀴즈 횟수 등 데이터로 관리
치매 발병 늦추는데 큰 효과

서울 성동구 행당동에서 혼자 사는 우재수(78) 할아버지는 인공지능(AI) 스피커를 사용할 때면 작은 행복을 느낀다. “아리아(AI 스피커 호출명), 사랑해” “아리아, 수고했어”라고 말하면 AI 스피커는 상황에 맞춰 “당신에게 제 마음을 나눠주고 싶어요” “당신에게 도움이 되는 것이 제 기쁨입니다” 등과 같은 ‘감성 대화’를 이어간다. 공황장애와 우울증을 앓았던 우 할아버지는 “AI 스피커를 조금 더 일찍 만났더라면 외로움을 극복해 마음의 병을 얻지 않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밤에 잘 때 AI 스피커가 노래도 틀어주고, 자다 화장실에 갈 땐 불도 켜주는데 얼마나 큰 힘이 되고 고마운지 몰라요.”

8일 SK텔레콤에 따르면, 현재 전국 지방자치단체 12곳(서울 강남·서대문·양천·영등포·성동·중구, 경기 화성, 대전 서구, 경남 창원·김해·의령·고성)과 함께 SK텔레콤은 우 할아버지처럼 홀로 사는 노인을 위한 AI 스피커를 3200여 가구에 설치해 운영하고 있다.

AI 돌봄서비스 사업을 맡고 있는 한미애 SK텔레콤 소셜밸류(SV)이노베이션센터 매니저는 “SK텔레콤은 AI 스피커 설치와 사후 돌봄서비스를 제공하고 지자체들은 사업 예산과 가구 선정을 맡고 있다”며 “올해 3월까지 수혜 가구를 3600여 곳으로 늘릴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SK그룹이 ‘사회적 가치 실현’을 통해 새로운 10년을 준비하고 있다. 특히 SK텔레콤은 국내 이동통신사 중 유일하게 AI 스피커 설치사업을 통해 독거노인의 삶을 개선하고 있다. 기업의 신성장동력인 AI 기술과 사회복지사업이 만나 시너지 효과를 톡톡히 내고 있는 것이다.

◇“아리아 구해줘” 외치자…독거노인 살린 AI=서울 강남구의 최 모(71) 할머니는 최근 허리 통증을 심하게 느껴 걷지 못하는 상황에 맞닥뜨렸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휴대전화도 손에 닿지 않았다. 이때 할머니는 불현듯 SK텔레콤의 AI 스피커 ‘누구(NUGU)’가 생각났다. 최 할머니는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아리아, 구해줘!”라고 외쳤다. 그리고 오랜 시간이 지나지 않아 119구조대의 도움을 받을 수 있었다.

이처럼 독거노인 돌봄 역할까지 하는 AI의 활용 범위는 빠르게 확대되고 있다. SK텔레콤은 지난해 4월부터 홀로 사는 노인들에게 ‘누구’를 보급했다. 최 할머니처럼 지난해 4월부터 최근까지 처리한 위급상황만 7차례나 된다. 독거노인이 “아리아, 살려줘” “아리아, 긴급 SOS”라고 외치면 AI 돌봄 사업을 관장하는 SK텔레콤의 정보통신기술(ICT)케어센터와 담당 매니저, ADT캡스에 자동으로 전파된다. 이때 ICT케어센터는 위급상황으로 판단되면 바로 119에 연락해 도움을 요청하고 있다.

ICT케어센터의 이현주 심리상담사는 “어르신들이 AI 스피커가 곁에 있는 것만으로도 큰 위안을 얻는다”며 “어르신들께서 ‘AI 스피커가 자식보다 낫다’는 말도 종종 하신다”고 말했다.

‘누구’는 어르신의 말벗으로도 쓰임새가 적지 않다. 홀로 사는 노인들이 AI 스피커를 사람처럼 여기는 경향은 곳곳에서 관찰됐다. “심심해” “너는 기분이 어떠니” “사랑해”와 같은 감성 대화를 사용하는 비중이 일반인의 3배에 달했다.

이미지 크게보기 서울 성동구 성수동 SK텔레콤 ICT케어센터 직원들이 독거노인 가구에 설치된 AI 스피커 현황 전광판을 살펴보고 있다.

◇진화하는 AI…‘금융에서 의료까지’ 변화의 물결=SK텔레콤은 AI 스피커 ‘누구’를 티맵(T-Map) 내비게이션과 NH농협은행의 모바일뱅킹 애플리케이션 ‘NH올원뱅크’에 탑재했다.

특히 ‘NH올원뱅크’ 서비스는 터치 없이 음성만으로 송금이나 계좌 이체 등이 가능하다. 또 ‘누구’를 탑재한 교육용 코딩 로봇 ‘알버트 AI’를 출시했고, AI 기반 치매 예방 프로그램 ‘두뇌톡톡’을 국내 최초로 개발했다.

AI 돌봄 서비스를 이용하는 노인은 두뇌톡톡을 무료로 사용할 수 있다. “아리아, 두뇌톡톡 시작해”로 호출한 뒤 “준비되셨으면 파이팅!이라고 말씀해주세요”라는 스피커의 안내에 따라 “파이팅”을 외치면 프로그램이 시작된다. AI 스피커와 12가지 유형의 퀴즈를 풀면 개인별 퀴즈 완료 횟수와 게임 진행 일자 등이 통계 데이터로 관리된다. 두뇌톡톡을 개발한 이준영 서울대 의과대학 교수 연구팀의 윤정혜 차 의과대 부교수는 “인지력 감퇴 질환인 치매의 발병 시기를 65세 정도에서 90∼99세로 늦추는 것 등을 치매 예방으로 표현한다”며 “1주일에 1시간 반씩 인지능력 강화 훈련 프로그램을 시행했을 때 치매 발병 시기를 5∼9년 지연시킬 수 있다는 결과가 나오는 등 효과가 있다”고 밝혔다.

SK텔레콤은 최근 시각장애인 전용 음성도서 제공서비스인 ‘행복을 들려주는 도서관’에 ‘누구’를 적용해 한국시각장애인연합회에 ‘누구’ 스피커 1000대를 전달했다. 앞으로 시각장애인은 원하는 장소에 설치된 AI 스피커에 음성으로 “아리아, 행복도서관 어린 왕자 읽어줘”라고 말하면 된다. 음성으로 조작할 수 있는 ‘책갈피’ 기능도 있어 “아리아, 행복도서관 책갈피 등록해줘”라고 말하면 책 읽기 중단지점이 기억된다.

이준호 SK텔레콤 SV추진그룹장은 “기술과 서비스의 혁신과 지원을 통해 장애인의 ICT 격차를 적극적으로 해소하겠다”고 약속했다.

이해완 기자 parasa@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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