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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명숙(1927∼2018)

지난여름과 가을, 태풍이 여러 차례 우리나라를 지나갔다. 특히 17호 태풍 ‘타파’는 큰 피해를 남기며 남해안을 휩쓸었다. 우리 부모님 묘소는 고향 땅 남해안에 있어 그 지역에 폭우가 쏟아졌다는 소식을 들으며 어릴 적 도덕책에서 배웠던 청개구리 이야기를 떠올렸다. 어머니 무덤을 냇가에 만들어놓고 비만 오면 운다는 청개구리의 심정이 비로소 이해가 갔다. 다행히 우리 부모님이 잠들어 계신 곳은 냇가도 바닷가도 아닌 산이어서 별 탈은 없었다.

어머니가 요양병원에 계실 때 한국에 잠시 나와 문안을 갔었다. 내가 사온 과자와 사탕을 드시고 “우리 큰딸이 중국에서 사온 거네!” 하며 간병인에게도 먹으라고 권하셨다. 무엇을 가져와도 드시지 않았다는데, 내가 가져온 것을 드시며 자신의 고향을 회상하시는 것 같았다. 그 후 한 달이 좀 지나 어머니가 임종하시면서 두 번 다시 어머니를 뵙지 못했다. 장례를 치르고 베이징(北京)으로 돌아온 나는 어머니께 드릴 식품을 샀던 마트의 코너를 지날 때마다 어머니 생각에 울었다.

어머니가 태어나 자라신 곳은 중국 동북 지역 옌지(延吉)다. 외할아버지는 어머니를 한국에서 온 아버지와 결혼시키고, 1년 후 딸과 사위를 한국으로 가게 하셨다. 1990년, 어머니는 아버지와 함께 4박 5일 일정으로 옌지에 도착해 45년 만에 형제와 친척들을 만나셨다. 1990년대 초, 나는 카자흐스탄의 알마티에 유학 갔다가 3년 후 중국으로 와서 머물게 됐고, 올해 한국에 들어올 때까지 30년 가까운 세월을 타국에서 보냈다.

돌이켜 보면 중국에서 나의 삶은 어머니를 이은 숙명이 아니었나 싶다. 자녀들에게 다정다감하셨던 아버지와 달랐던 어머니를 이해하지 못해 싫어한 적도 있었지만 이제는 홀로 고향을 떠나온 어머니의 외로움과 새로운 환경에서 가정을 지키려 했던 고투가 이해된다. 좀 더 이해해 드리지 못하고 어머니의 가슴을 아프게 했던 적도 있었다. 지금 후회한들 이미 어머니는 안 계시다. 한국에 와서 뵐 때마다 “한국에 들어와 살면 안 되겠니?” 말씀하시던 어머니, 떠날 때마다 아파트 현관문까지 지팡이를 짚고 나오시며 눈물을 훔치시던 어머니.

10년은 더 지나야 어머니를 마음속에서 내려놓을 수 있는 것인지, 오늘 이 글을 쓰려니 두 눈에선 쉴 새 없이 눈물이 흘러내린다.

큰딸 조헌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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