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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美하원 통과한 탄핵안… 트럼프·민주당 ‘셈법’

‘속전속결’ 공화, 상원 부결로 지지층 결집 시도… ‘시간 끌기’민주, 美민주주의 위협 부각하고 당내분열 봉합도 노려

탄핵 찬성 여론이 반대보다 다소 앞서지만 대선 경합주선 반대가 우세… 심판과정 여론 향방이 대선전략 성패 가를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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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에 대한 탄핵소추안이 하원을 통과하면서 상원에서 유무죄가 가려지게 됐다. 공화당과 민주당이 탄핵안의 상원 부결이 거의 확실한 상황에서도 치열한 공방을 벌이는 것은 탄핵이 2020년 11월 3일 치러지는 미 대선 승패의 최대 변수가 될 것이라고 보기 때문이다. 1984년 수정된 상원 규정에 따르면 탄핵 심판은 1월 안에 끝나게 된다. 하지만 탄핵은 양날의 칼이 될 수도 있다. 탄핵을 둘러싼 미 공화당·민주당 양측의 셈법과 전략은 무엇일까.

◇트럼프, 공화당 단결과 재선 성공 전략

트럼프 대통령은 공화당이 다수인 상원에서 진행될 탄핵 심판에서 ‘우크라이나 스캔들’과 관련해서 무죄 판결을 받아 대통령직을 유지하고, 나아가 탄핵 자체를 민주당의 ‘2016년 대선 불복’으로 부각해 지지층을 결집함으로써 2020년 재선에 성공한다는 전략이다. 이에 따라 트럼프 대통령과 공화당은 상원 무죄를 위해 힘을 합치고 있다.

뉴욕타임스(NYT) 등에 따르면 미치 매코널(켄터키) 공화당 상원 원내대표는 트럼프 대통령과 상원 심판에 증인을 소환하지 말고 속전속결로 진행하는 안을 논의하고 이를 추진 중이다. 상원에서 증인을 소환하는 등 심판을 오랜 기간 진행할 경우 자칫 트럼프 대통령에게 불리한 증언이 나올 수도 있고, 트럼프 대통령이 부당하다고 주장해온 하원 탄핵조사에 정당성을 부여할 수 있기 때문이다. 다만 트럼프 대통령이 겉으로는 속전속결에 동의하면서도 속으로는 탄핵을 지지층 결집과 민주당 유력 후보인 조 바이든 전 부통령 흔들기 카드로 여기는 점이 변수다. 악시오스에 따르면 웨슬리언 미디어 프로젝트가 트럼프 대통령의 올해 TV 선거 광고를 분석한 결과 전체 광고의 99.2%에 해당하는 4584건에서 ‘탄핵’이 언급됐다. 트럼프 대통령이 지지층 결집과 선거자금 모금에 탄핵을 활용하고 있는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번 탄핵을 기회로 지지층뿐 아니라 공화당을 친 트럼프로 단합시켜 재선까지 순항하는 계획도 세우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2018년 중간선거에서 밥 코거(테네시) 전 상원의원과 마크 샌퍼드(사우스캐롤라이나) 전 하원의원 등 자신을 비판해온 공화당 의원들을 대거 낙마시켜 재선을 위한 기틀을 다졌다. 하지만 밋 롬니(유타) 상원의원 등 여전히 트럼프 대통령 행보에 반감을 표시하는 공화당 의원이 적지 않다. 그런데 ‘트럼프 탄핵’ 국면에서 공화당 지지층이 결집하면서 공화당 의원들도 트럼프 대통령 눈치를 보지 않을 수 없는 처지다. 퀴니피액대학 여론조사(12월 11∼15일·표본오차 ±2.6%포인트)에서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지지율은 43%로 나타났는데, 공화당 지지층의 지지율은 이보다 2배 이상으로 높은 92%에 달했다. 2020년 선거가 대통령뿐 아니라 상원의원 3분의 1(34명), 하원의원 435명 전원을 뽑기 때문에 트럼프 대통령에게 반기를 드는 공화당 의원들은 당내 경선이나 본선에서 승리를 장담하기 어렵다.

트럼프 대통령은 공화당 지도부와 빌 클린턴 전 대통령의 조언을 고려한 듯 탄핵을 ‘일하는 대통령’과 ‘발목 잡는 민주당’ 대립 구도로 만드는 전략도 펴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트위터에 여러 정책 성과를 자랑하고 민주당을 ‘아무것도 안 하는 민주당’으로 규정하며 각을 세우고 있다. 미국·멕시코·캐나다 무역협정(USMCA) 타결, 미·중 1단계 무역합의, 나토(북대서양조약기구) 방위비 인상 압박, 한국·일본 등에 대한 방위비 분담금 인상 요구 등을 연일 성과로 내세우고 있다. 양호한 경제 성적도 트럼프 대통령의 이러한 전략에 힘을 실어주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트럼프 대통령 취임 이후 미국 경제 성장률은 매 분기 2%를 넘었으며, 2개 분기는 3%를 넘어선 적도 있다고 전했다. 평균 분기 성장률은 2.5%로 견고하다. 10월 실업률은 3.6%로 완전 고용세다.

◇민주당, 反트럼프 결집 전략

민주당은 탄핵안 상원 가결보다는 상원 탄핵 심판 과정을 오래 끌면서 트럼프 대통령이 미국 안보와 민주주의에 위험한 인물이라는 점을 알리는 데 무게를 둔 모습이다. 민주당은 유권자들의 이해를 돕기 위해 탄핵 조사 과정에서 ‘퀴드 프로 쿼’(대가성 거래) 같은 어려운 단어 사용을 자제하고 탄핵소추안에서 뇌물 혐의를 제외하기도 했다. WSJ는 민주당이 트럼프 대통령을 탄핵해 자리에서 물러나게 하기보다 2020년 선거에서 트럼프 대통령의 재선을 막는 데 중점을 두고 있다고 평가했다. 민주당은 반 트럼프 여론 조성을 위해 상원 탄핵 심판을 장기전으로 끌고 가는 전략을 준비 중이다. 워싱턴포스트(WP) 등에 따르면 낸시 펠로시(민주·캘리포니아) 하원의장은 하원 탄핵소추안 통과 후 기자회견에서 “상원이 탄핵 심판을 어떤 절차로 진행할지 알기 전까지는 (하원) 탄핵소추위원단을 지명할 수 없다”고 말했다. 상원 탄핵 심판을 속전속결로 끌고 가려는 공화당 움직임에 제동을 건 셈이다.

펠로시 하원의장 등 민주당 지도부가 상원 부결이 유력한 상황에서 탄핵 카드를 뽑아 든 건 2020년 대선 승리를 위해 당을 단합시키려는 목적으로 보인다. 민주당은 2016년 대선 당시 당내 온건파와 급진파 간 분열 때문에 눈앞에 있던 힐러리 클린턴 전 국무장관의 승리를 놓쳤다. 지금도 버니 샌더스(무소속·버몬트) 상원의원과 엘리자베스 워런(매사추세츠) 상원의원 등 급진파 후보들은 바이든 전 부통령이나 피터 부티지지 인디애나주 사우스벤드 시장 등 온건파 후보들의 정책이 서민들에게 충분한 혜택을 주지 않는다며 공세를 퍼붓고, 바이든 전 부통령 등은 샌더스 의원 등의 급진적 정책을 공격하고 있다. 자칫 2020년 대선에서 2016년 상황이 재연될 수 있는 흐름이다.

미국에서 탄핵이 대통령에 대한 입법부의 견제 수단 중 하나로 여겨지는 점도 민주당의 탄핵 추진 부담을 덜어준 요인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NYT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을 포함해 역대 대통령 45명 중 11명에 대해 탄핵안이 제출됐지만, 탄핵이 헌법상 목적(대통령 축출)대로 달성된 적은 아직 한 번도 없다. 탄핵은 대통령이 정책을 추진하기 전에 살펴보게 하는 억지력이라고 NYT는 평가했다.

◇‘양날의 칼’ 될 수 있는 탄핵 사태

최근 각종 여론조사 결과를 보면 트럼프 대통령과 민주당의 전략은 양측 모두에게 양날의 칼로 작용하고 있다. 폴리티코 조사(12월 14∼15일·표본오차 ±2%포인트)에서 탄핵 찬성은 50%, 반대는 43%로 나타나는 등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탄핵 찬성 여론은 ‘우크라이나 스캔들’ 조사 이후 소폭 상승했다. 이는 민주당에는 호재, 트럼프 대통령에게는 악재다. 다만 탄핵 찬성 여론이 주춤하고 일부 여론조사에서는 내림세라는 게 변수다.

전체적인 탄핵 여론 증가에도 막상 대선 승패를 가를 경합주에서 탄핵 찬성 여론이 낮다는 점도 민주당에 숙제를 던져준다. WP가 7∼11월까지 여러 여론조사를 분석한 결과 탄핵 찬성은 47%, 반대는 43%였는데 애리조나·플로리다·미시간·펜실베이니아·네바다·뉴햄프셔·노스캐롤라이나·위스콘신 등 경합주의 평균 탄핵 찬성은 44%로 반대 51%보다 낮은 것으로 조사됐다. 양측의 탄핵을 둘러싼 대선 전략 성패 여부는 상원 탄핵 심판 과정에서 여론이 어느 방향으로 움직이느냐에 따라 판가름날 전망이다.


■ 세줄 요약

트럼프 전략 : 상원의 탄핵 심판에서 무죄 판결을 받아 대통령직을 유지하는 것은 물론, 지지층 결집을 통해 2020년 재선에 성공한다는 전략. 탄핵을 ‘일하는 대통령’과 ‘발목 잡는 민주당’ 대립 구도로 만드는 전략도 펴고 있음.

민주당 전략 : 탄핵 심판 과정을 가급적 오래 끌면서 트럼프가 미국 안보와 민주주의에 ‘위험한 인물’임을 알리는 데 무게를 둠. 이를 통해 ‘급진 vs 온건’으로 대립하는 민주당의 단합을 유도하고 2020년 대선 승리를 꾀하려 함.

탄핵은 ‘양날의 칼’ : 각종 여론조사 결과를 보면 탄핵 추진은 트럼프의 공화당과 민주당 모두에 양날의 칼로 작용. 특히 대선 승패를 가를 ‘경합주’에서 찬성 여론이 낮다는 점은 민주당에 선거를 앞두고 숙제를 안겨줌.


■ 용어 설명

트럼프 탄핵 : ‘트럼프 탄핵’은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이 2019년 12월 18일 하원에서 권력남용과 의회 업무방해로 탄핵당한 것을 말한다. 상원의 탄핵 심판은 2020년 1월 시작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상원은 100석 중 공화당 53석, 민주당 45석, 무소속 2석으로 탄핵을 위한 정족수(67석)에 못 미치는 상황이다.

우크라이나 스캔들 : ‘우크라이나 스캔들’은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이 군사 원조를 담보로 우크라이나에 민주당 유력 대선 주자인 조 바이든 전 대통령 부자에 대한 비리 조사를 압박했다는 의혹을 말한다. 트럼프는 해당 의혹을 부인하고 있지만, 야당인 민주당이 명백한 직권남용이라며 탄핵 절차에 돌입하게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