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전국 고교에 배포될 8종
6종, 천안함 제대로 서술않고
2종 “현정부서 남북관계 전환점”

내년 3월 전국 고교에 배포될 한국사 교과서가 또다시 ‘정치 편향’ 도마 위에 올랐다. 학교 측은 이념 교육 논란을 살 수 있는 교과서를 그대로 사용할 수밖에 없는 상황에 대해 강한 우려를 표명하고 있다.

17일 교육계에 따르면 최근 각 출판사가 일선 고교에 배부한 한국사 교과서 8종 전시본 중 6종은 천안함 폭침 사건을 제대로 설명하지 않았다. 3종은 아예 생략했고, 3종은 ‘침몰’ 또는 단순 ‘사건’으로 표현했다. 북한의 대표적 도발인 ‘연평도 포격’을 아예 다루지 않은 교과서도 있었다. 2종만 북한의 도발을 뜻하는 ‘피격’이라는 단어를 사용했다. 또 모든 교과서가 유엔이 대한민국을 ‘한반도 유일 합법 정부’로 인정했다는 역사적 사실을 ‘38선 이남에서 수립된 유일 합법 정부’라고 서술했다. 6종의 교과서는 대한민국 건국을 ‘정부 수립’으로, 북한에 대해서는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수립’으로 표현하기도 했다.

더 큰 논란거리는 아직 임기가 끝나지도 않은 현 정부에 대한 평가다. 현재의 남북관계에 대해 일부 교과서는 “한반도의 긴장은 2018년 문재인 정부의 노력으로 큰 전환점을 맞이했다(씨마스)”거나 “박근혜 정부는 이명박 정부의 대북 강경책을 유지했고 남북관계는 악화됐다. 문재인 정부가 들어서면서 남북관계는 전환점을 맞이했다(동아)”고 기술했다. 이는 현재 교착 상태에 빠진 남북관계와 북한의 잇따른 미사일 도발과는 거리가 멀다.

이는 지난해 6월 교육부가 내놓은 새 교과서 집필 기준에 따른 것으로 ‘예고된 사태’라는 지적도 나온다. 당시 집필 기준에서 ‘대한민국이 한반도 유일 합법 정부’라는 서술이 삭제되고, ‘자유민주주의’를 ‘민주주의’로 바꿔 논란이 된 바 있다. 북한 세습, 북한 주민 인권 등 북한에 부정적인 표현들도 빠졌었다. 이에 대해 한국사립초중고등학교법인협의회는 “편향성 논란이 제기된 교과서를 내년 1학기부터 그대로 사용하는 것에 깊은 우려를 표한다”며 성명서를 내고, 정부가 집필기준을 재정비할 것을 강력 촉구하고 나섰다. 배상훈 성균관대 교육학과 교수는 “현재와 가까운 근현대사에 대해서는 충분한 평가가 이뤄진 후에 교과서에 실릴 수 있도록 해야 정부가 바뀔 때마다 교과서 논쟁이 벌어지고 사회적 갈등으로 번지는 일을 막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윤정아 기자 jayoon@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