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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성상 경희대 의대 교수

헨리 루이스 게릭, 우리에게는 루게릭으로 더 잘 알려진 전설적인 뉴욕 양키스 1루수이자 4번 타자. 2130게임 연속 출장, 한 시즌 184타점, 생애 홈런 493, 타율 0.341의 어마어마한 기록을 세웠지만 38세의 꽃다운 나이에 사망했다. 루게릭은 사망 불과 2년 전까지 그라운드를 누빌 정도로 건강한 프로야구 선수였다. 그런 루게릭을 쓰러뜨린 질병이 바로 루게릭병으로 더 잘 알려진 ‘근위축성 측삭경화증’이다. 55세의 한 환자도 양손 부위에 근위축을 동반한 마비와 저린 느낌이 나타나 병원을 찾았다. 경추 부위의 척추관협착증이 발견돼 수술을 받았지만, 저린 느낌만 어느 정도 해소됐을 뿐 마비 증상은 호전되지 않았다. 신경학적 검사 등을 진행한 결과 근위축성 측삭경화증 진단이 내려졌다.

근위축성 측삭경화증은 뇌피질의 상위운동 신경세포와 척수전각에 위치한 하위운동 신경세포가 점차 사멸하는 질환이다. 유병률은 인구 10만 명당 10명 전후로 알려져 있으며, 현재 우리나라에 생존해 있는 환자는 5000명 정도로 추정하고 있다. 일반적인 수명은 진단 후 3∼4년 정도이나, 10% 정도는 10년 이상 생존하기도 한다. 진단은 임상증상과 근전도검사 같은 전기생리검사, 조직검사에 의존하기 때문에 임상증상과 신경학적 신체 진찰이 매우 중요하다. 대표적인 증상으로 마비와 근위축, 근섬유다발수축, 심부건반사의 항진이 나타난다. 마비는 연하곤란, 구음장애, 상지, 하지 등 어느 부위에서 어떤 형태로든 시작될 수 있다.

근위축도 마찬가지다. 초기에는 엄지와 검지 사이의 근위축이 흔히 발견된다. 근섬유다발수축이란 근육의 일부가 저절로 수축하는 현상인데, 육안으로도 움직임을 관찰할 수 있다. 특히 혀 부위에서 움직임이 나타나는 경우가 많은데, 혀를 내밀지 않고 안정시킨 상태에서도 불수의적 움직임이 관찰된다. 감각 기능은 정상이며 질병의 후기까지 대소변 기능이 잘 보존된다는 특징도 있다. 근위축성 측삭경화증은 원인도 확실하지 않고, 치료법도 릴루졸, 에다라본 등 효과가 미미한 몇 가지 약물밖에 개발돼 있지 않은 상태다. 따라서 치료가 가능한 다른 질환과의 차이를 발견해 감별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앞의 환자 사례에서 보듯 근위축성 측삭경화증은 뇌·경추에서 발생할 수 있는 다양한 질환과 갑상샘 기능 이상, 말초신경질환을 반드시 감별해야 한다.

◇윤성상 교수 경희대 의대를 졸업하고 동 대학원에서 석·박사 학위를 받았다. 전문진료 분야는 말초신경병, 근육병, 다발성경화증, 두통, 어지럼증이다. △대한신경과학회 대외협력이사 △대한임상신경생리학회 홍보이사 △대한신경과학회 권익증진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