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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나무 제품·옥수수 섬유…천연 대체품 주목
유럽선 플라스틱 용기 없는 고체 샴푸도 인기
재사용 가능한 실리콘·스테인리스 스틸 추천

파타고니아·피엘라벤 등 리사이클 원단 사용
페트병에서 추출한 실로 제작한 신발도 관심


석기, 청동기, 철기시대를 지나 우리는 플라스틱시대를 살고 있다. 1907년, 플라스틱이 처음 등장한 이래 우리는 하루는커녕 단 1분 1초도 플라스틱 없이 살 수 없다. 지구는 히말라야 꼭대기부터 바닷속까지 플라스틱 쓰레기로 몸살을 앓고 있다. 생산하는 데 5초, 사용하는 데 5분, 분해되는 데 500년. 인류 최초의 플라스틱도 아직 분해되지 못한 채 지구 어딘가를 떠돌고 있다. 엘렌 맥아더 재단에 따르면 2014년 한 해 동안 만들어진 플라스틱만 3억1100만t에 달한다. 이는 미국 뉴욕 엠파이어스테이트 빌딩 900채와 맞먹는 무게다. 태평양엔 서울시 면적의 2500배에 달하는 거대한 쓰레기 섬이 5곳이나 있다. 이런 엄청난 수치를 마주하면 무력감에 빠지기 쉽다. 내가 할 수 있는 게 있기나 한 걸까? 하지만 잊지 말자. 완벽하게 실천하는 한 사람보다 하나라도 실천하는 여럿이 있을 때 변화는 일어난다. 에코백, 텀블러 말고도 실천할 수 있는 플라스틱 줄이기가 더 있다.


#도전1 - 천연 소재로 대체하기

요즘 유행하는 ‘환경 인싸템’을 얘기하라면 대나무 칫솔을 꼽겠다. 칫솔뿐 아니라 빗이나 조리도구, 식기까지 대나무가 플라스틱을 대체하고 있다. 대나무가 친환경 소재로 유독 주목받는 데는 이유가 있다. 다른 하드우드 나무보다 1000배 더 빨리 자라고 산소 배출량이 35% 더 많은 데다 비료나 살충제 없이도 잘 자란다. 단순히 분해 때문이 아니라 여러모로 환경을 위한 최고의 소재인 셈이다. 대나무 칫솔처럼 유명하진 않지만, 친환경 생활의 고수들은 콘삭스에 주목한다. 콘삭스는 옥수수에서 추출한 섬유로 만든 양말이다. 옷이나 양말을 플라스틱 쓰레기와 연결해서 생각하긴 쉽지 않다. 하지만 패션이야말로 환경 쪽에선 가장 악명 높은 산업이다. 높은 탄소 배출량, 물 오염, 다량의 쓰레기 배출 등등. 무엇보다 합성섬유로 만든 옷 한 벌을 세탁할 때마다 2000개의 미세플라스틱이 바다로 흘러든다. 옥수수 섬유는 100% 생분해되고 유해물질도 나오지 않을뿐더러 항균력도 뛰어나 매일 신는 양말에 꼭 맞는 소재다. 그 밖에 실크 치실, 해면 스펀지, 코코넛 브러시를 플라스틱 대체품으로 선택할 수 있다.


#도전2 - 고체 샴푸 사용하기

욕실을 장식하고 있는 온갖 알록달록한 플라스틱 용기들. 언제부턴가 비누도 플라스틱 용기에 담긴 액체 핸드워시로 대체됐다. 플라스틱병은 재활용하면 그만이라고? 그렇지 않다. 월드 이코노미 포럼에 의하면 전 세계에서 생산된 플라스틱의 91%는 재활용되지 않고 그냥 버려진다. 환경에 민감한 유럽에선 요즘 바이오 숍마다 고체 샴푸가 인기다. 비누 모양의 고체 샴푸는 플라스틱 용기가 아니라 종이에 포장된다. 자연 성분의 핸드메이드 코스메틱으로 유명한 영국 러쉬는 이른바 패키지프리, 네이키드 코스메틱의 선두주자다. 러쉬는 다용도로 사용할 수 있는 비누뿐 아니라 샴푸, 보디워시, 보디버터, 데오도란트, 향수까지 고체로 만들어 종이에 포장해 판매한다. 자연을 닮은 리빙을 표방하는 국내 브랜드 마마포레스트는 에코 설거지 키트로 비누 형태의 주방 세제를 선보였다. 지금은 다시 기본으로, 비누로 돌아가야 할 때가 아닐까?

#도전3 - 재사용 제품 쓰기

최근 몇 년, 여성용품으로 가장 많이 화제에 오른 제품은 실리콘 생리 컵일 것이다. 한때는 천 생리대가 친환경 용품으로 떠오르기도 했지만, 말할 수 없이 번거롭고, 세탁할 때마다 다량의 물과 세제가 낭비됐다. 실리콘 생리 컵은 영구히 사용 가능하고 경제적이며 사용하기도 간편하다. 쓰레기를 쏟아내는 1회용 생리대를 대체할 이보다 더 좋은 제품이 또 있을까? 천연 소재는 아니지만 재사용 가능한 실리콘은 많은 1회용 플라스틱 제품을 대체한다. 대표적인 것이 실리콘 랩이다. 에코셔리 유니리드 실리콘 랩은 5가지 크기로 구성돼 있어 맥주 캔부터 냄비까지 커버할 수 있다. 1회용 플라스틱 용품을 대체할 또 다른 소재로는 스테인리스 스틸을 들 수 있다. 메탈 빨대는 작지만 큰 변화를 가져올 수 있는 제품이다. 스타벅스코리아에 따르면 지난 2017년 스타벅스코리아에서 사용된 플라스틱 빨대만 1억8000만 개, 길이로 환산하면 3만7800㎞다. 커피 전문점에서 사용되는 모든 빨대가 메탈 빨대로 대체된다면? 생각만 해도 흐뭇하다. 그 밖에 미세플라스틱을 배출하는 티백 대신 메탈 티 스테이너, 1회용 면도기 대신 메탈 면도기를 추천한다.


#도전4-친환경 패션 입기

열심히 분리 배출한 플라스틱병, 그다음은? 비록 재활용되는 양은 많지 않지만, 분명 새로운 생명을 가진 소재로 재탄생한다. 대표적인 것이 실과 섬유다. 안 쓰는 것이 가장 좋지만, 재활용 플라스틱 제품은 플라스틱을 줄이는 꽤 괜찮은 방법이다. 윤리에 민감한 20대들 사이에서 뜨거운 사랑을 받고 있는 친환경 아웃도어 브랜드 파타고니아가 새로 출시한 사일런트 다운 재킷의 경우 겉감과 안감에 리사이클 원단이 70% 포함된 폴리에스터 태피터를 사용했다. 재활용 섬유라고 품질이 좀 떨어지지 않을까 걱정했다면, 안심해도 된다. 내구성과 신축성이 뛰어난 데다 마찰이 있어도 바스락거리는 소리가 적어 격한 아웃도어 활동에 적합하다. 안에 들어간 보온재까지 100% 리사이클 다운이다. 재활용 소재를 사용한 또 다른 제품은 피엘라벤의 리칸켄이다. 스칸디나비안 스타일이 유행하면서 큰 인기를 끈 칸켄 가방은 누구나 하나 갖고 있거나 한 번쯤은 본 제품이다. 똑같이 생겼지만 리칸켄이 오리지널 칸켄과 다른 것은 제품 전체가 7개의 플라스틱병을 재생한 폴리에스터로 만들어졌다는 것이다. 물과 화학약품 사용을 획기적으로 줄인 스핀다이 염색기술을 사용해 더욱 친환경적이다.


#도전5-리사이클 신발 신기

마지막으로 소개할 아이템은 패션과 환경 모두에 민감한 셀러브리티들의 신발. 영국 왕자비 메건 마클이 호주 로열 투어 때 신어 유명해진 로티스 플랫 슈즈는 버려진 페트병에서 추출한 실로 제작된 리사이클 신발이다. 페트병에서 뽑은 실을 3D 프린터에 넣어 복잡한 공정 없이 한 번에 제작한다. 한 켤레에 3개의 페트병이 사용되는데 2016년 론칭 이후 지금까지 2900만 개 이상의 페트병이 새 생명을 갖게 됐다. 밑창도 탄소 중립 고무를 사용하고 포장 주머니도 재사용 가능한 재질이다. 열성적인 환경운동가로 활동하고 있는 리어나도 디캐프리오의 스니커즈도 눈여겨보자. 미국 실리콘밸리에서 탄생해 신발업계의 애플이라고 불리는 올버즈 운동화가 그 주인공. 올버즈 역시 페트병을 재활용한 원사로 운동화 끈을 제작하고 사탕수수 폐기물로 밑창을 만든 친환경 신발이다. 할리우드에 디캐프리오의 친환경 스니커즈가 있다면, 우리나라엔 배우 류준열이 신어 유명해진 베자 스니커즈가 화제다. 프랑스 브랜드인 베자는 모든 신발의 겉면과 안감에 재활용 플라스틱 섬유와 천연 소재인 코코넛 섬유를 사용하며, 밑창은 공정무역으로 구매한 아마존 천연고무로 만든다.

안나량 스타일 에디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