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봉준호-톰 퀸 대표 동반 인터뷰

“히어로물 창의력 존중하지만
달라붙는 옷 보는 것은 불편
헐렁한 코스튬이면 고민할 것”

“스코세이지 감독의 마블 비판
맥락은 이해… 몇작품은 좋던데”

“마블 영화 연출? 글쎄, 쫄쫄이 입은 슈퍼 히어로만 아니라면….”

봉준호(왼쪽 사진) 감독이 할리우드 마블 영화에 대한 개인적 소신을 분명히 밝혔다. ‘쫄쫄이(몸에 달라붙는 옷)’라는 엉뚱한 단서를 붙이기는 했으나 마틴 스코세이지 감독의 최근 마블 영화 비판과 맞물려 비상한 관심을 끌고 있다.

20일 영화 매체인 버라이어티에 따르면 봉 감독과 톰 퀸 네온(Neon) 대표의 동반 인터뷰가 11월 셋째 주 판의 커버(작은 사진)를 장식했다. 퀸 대표는 봉 감독의 ‘기생충’을 북미 지역에 유통한 배급사다. 버라이어티는 ‘기생충’의 폭발적인 반응, 영화산업에 대한 의견, 두 사람의 인연 등 다양한 주제로 인터뷰를 진행했다. 그러나 무엇보다 관심을 끈 것은 마블 영화와 관련된 것이었다.

버라이어티는 “마틴 스코세이지, 프랜시스 포드 코폴라 감독 등이 마블 작품에 대해 영화도 아니라고 비판한 것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냐”고 물었다. 최근 스코세이지 감독은 “마블 영화는 테마파크같이 느껴진다. 사람의 감정을 전달하고 소통하는 영화가 아니다”라고 비난해 할리우드에 소위 ‘마블 논쟁’을 불러일으켰다. 이에 봉 감독은 “스코세이지와 코폴라 감독을 존경한다. 나는 그들의 영화를 보며 자랐다. 그들이 말한 뜻의 맥락을 이해하고 그들의 의견을 존중한다”면서도 “그러나 다른 한편으로, 개별 작품으로 봤을 때 나는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 제임스 맨골드 감독의 ‘로건’, 루소 형제 감독의 ‘캡틴 아메리카: 윈터 솔져’는 좋았다. 그 작품에는 엄청난 영화적 순간들이 있었다”고 콕 집어 호평했다.

버라이어티가 “그럼, 마블 영화를 연출할 의향이 있냐”고 묻자, 봉 감독은 “솔직히 개인적인 문제가 있다. 나는 슈퍼 히어로 영화의 창의력을 존중하지만 영화적으로나 실제 생활에서 사람들이 ‘쫄쫄이’를 입은 모습을 견디기 어렵다. 나는 한 번도 그런 옷을 입어본 적이 없고, 다른 사람이 그런 옷을 입는 것을 보는 것도 힘들다. 어디를 봐야 할지 모르겠다. 질식할 것 같은 느낌이 들기도 한다”며 “대부분의 슈퍼 히어로는 쫄쫄이를 입고 있다. 따라서 그런 작품을 연출할 수 없다. 누군가 나에게 제안할 것 같지도 않다. 하지만 만약 헐렁한 옷을 입는 슈퍼 히어로라면, 혹시 연출에 도전해볼 수도 있겠다”고 답했다.

그러자 이번엔 퀸 대표가 “당신은 이미 마블 영화를 만들었다. ‘설국열차’는 ‘윈터 솔져’ 2편 아니었나. 거기엔 캡틴 아메리카인 크리스 에번스가 출연했으니까”라고 질문하자, 봉 감독은 “에번스는 생선을 밟고 미끄러진다. 그런 건 마블의 감성은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화답했다.

봉 감독은 현재의 영화계 상황, 아카데미 등에 관해서도 밝혔다. 디즈니 플러스 등 다양한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가 늘어나며 극장 관객을 잠식하는 추세에 대해 그는 “영화 팬으로서 단순하게 말하면 ‘더 라이트 하우스(The Lighthouse)’ ‘아폴로 11(Apollo 11)’ ‘아이리시맨(The Irishman)’ 같은 영화는 극장에서 보고 싶다”고 했다. 한국인 감독으로서 처음 아카데미 진출이 점쳐지는 상황에 대해선 “한국엔 많은 영화 장인들이 있다. 나로 인해서 더 많은 사람들이 한국 영화에 관심을 갖게 된다면 좋겠다”고 말했다.

김인구 기자 clark@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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