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크게보기 이재갑 고용노동부 장관이 18일 오전 정부세종청사에서 ‘주 52시간제 입법 관련 정부 보완대책 추진 방향’을 설명하기 위해 브리핑실로 들어서고 있다. 연합뉴스

정부차원 현실적 대책 발표
국회에서 입법 보완 나서야
勞 “정부 52시간제 의지 의문”

내년 1월 1일부터 주 52시간 근무제 도입을 앞둔 중소기업에 정부가 충분한 계도기간을 부여하고 특별연장근로 인가 요건을 완화키로 한 것에 대해 경영계가 안도의 한숨과 함께 우려도 동시에 내놓고 있다. 당장 중소기업은 숨통을 틔웠지만, 산업계의 경쟁력 저하를 막을 수 있는 근본적인 해결 방안은 아니라는 것이다. 노동계 역시 주 52시간 근무제 도입 의미가 퇴색됐다며 강력 반발하고 있어 이를 둘러싼 사회적 갈등도 계속될 전망이다.

18일 고용노동부 등에 따르면 정부는 50∼299인 기업에 1년 이상의 계도기간을 두는 방안을 추진할 방침인 것으로 전해졌다. 정부 관계자는 “원안에서는 빠졌지만 주 52시간 근무제를 적용하지 않을 시 즉각 처벌을 받는 것은 2021년 1월 이후로 미룬다는 얘기”라고 밝혔다. 정부는 또한 특별연장근로의 경우 현행 자연재해·재난 등 천재지변에 준하던 기준을 더 완화해 일시적으로 갑자기 업무가 증가하는 등 경영상의 사유에 대해서도 신청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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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영계는 이에 대해 “보완책 마련으로 중소기업인이 당장 내년 1월부터 범법자가 될 신세는 면했다”는 입장이지만 근본적인 해결 방안 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이같은 대책만으로는 위기에 처한 중소기업을 살리고 산업계의 경쟁력을 회복하는 데 한계가 있고, 특별연장근로는 고용부 장관의 인가를 거쳐야 하는 만큼 급하게 돌아가는 산업현장에서는 적합하지 않아 유연근로제 확대가 절실하다는 것이다.

산업계는 주 52시간 근무제 시행을 위한 입법 보완을 강하게 촉구하고 있다. 특히 자율적으로 일정기간 근로시간을 조정할 수 있는 탄력근로제를 현행 3개월에서 6개월로 늘리는 방안 등을 국회에서 시급히 처리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하지만 정부가 이번에 보완책을 제시한 것은 사실상 국회 논의가 물 건너갔다는 의미로 해석되고 있어 중소기업계나 산업계가 우려를 감추지 못하는 상황이다. 한 정보기술(IT) 업체 간부는 “도입 과정이 정부와 양대 노총의 주도로 이뤄지다 보니 IT와 연구·개발(R&D) 분야의 입장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한 것 같다”고 주장했다. 노동계는 반발하고 있다. 이은호 한국노총 대변인은 이날 “계도기간을 준다는 것은 정부가 제도를 시행할 의지가 없다는 신호를 기업들에 줄 수 있어 매우 우려스럽다”며 특별연장근로 인가 요건을 완화한 것에 대해서도 “기업들이 이를 악용하는 사례가 늘어나고, 근무시간 단축이라는 정부 정책이 심각하게 훼손될 것으로 우려된다”고 말했다.

정선형 기자 linear@munhwa.com


■ 용어설명

특별연장근로 : 폭설·폭우, 감염병·전염병, 화재, 폭발, 환경오염 등 각종 재해, 재난 등의 사고가 발생해 이를 수습하기 위해 불가피하게 연장근로를 해야 하는 경우, 고용노동부 장관의 인가 절차를 거쳐 1주 12시간의 연장근로를 초과할 수 있도록 한 제도. 근로자 동의를 받아 사전 인가를 받아야 하나 급박한 경우에 한해서는 사후 승인을 받을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