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여자프로골프협회(KLPGA)가 내년부터 대회별 ‘최저상금제’ 도입을 검토 중입니다. KLPGA가 생각하는 최저상금은 7억 원입니다. 대회마다 7억 원 이상을 내는 기업에만 스폰서 자격을 주겠다는 얘기죠. 여자대회를 열겠다는 기업이 넘치니 이런 ‘배짱’이 생긴 것 같습니다. 올해 열렸던 대회 중 교촌 허니레이디스 오픈과 KG 이데일리 레이디스 오픈이 5억 원, 롯데렌터카 여자오픈 등 8개 대회가 6억 원이었습니다. 여기에는 여자골프가 어려웠던 때부터 지금껏 줄곧 후원해온 기업도 많습니다. 이런 추세라면 올 시즌 치렀던 전체 30개 대회 중 10개 대회를 후원한 기업들은 내년에는 대회를 취소하거나, 상금을 1억∼2억 원씩 늘려야 합니다. 또 KLPGA와 아시아 국가들이 공동 주관하는 ‘아시아시리즈’가 출범하면 선수들은 무척 바빠질 것 같습니다.

KLPGA가 미국이나 일본에 버금가는 ‘세계 일류’ 투어로 다가서려는 포석으로 상금 늘리기에만 올인하는 것처럼 보입니다. 그러나 단순히 상금만 늘리려는 ‘양적 팽창’보다는 세계적 추세와 동떨어진 ‘내부 규정’ 손질이 더 시급해 보입니다. KLPGA의 올해 대회 중 절반인 15개 대회가 3라운드 54홀 경기로 치렀습니다. LPGA투어 32개 대회 중 3일짜리는 숍라이트 클래식과 토토 재팬 클래식 등 불과 2개뿐입니다. 한때 우리처럼 전체의 절반이 54홀 경기였다가 점차 사라진 것이죠. 올림픽에서도 골프는 남녀 모두 4라운드로 치릅니다. 변별력을 갖춘 챔피언이 탄생하려면 4일 동안 기량을 겨뤄야 한다는 게 세계적인 추세입니다.

왜곡된 상금 분배도 문제입니다. KLPGA에선 총상금의 20%를 우승자가 받습니다. 이는 미국 15%, 일본 18%보다 높습니다. 심지어 10억 원 이상 대회는 25%까지 우승상금 비율이 높아져 상위 5명이 전체의 절반 상금을 싹 쓸어 가는 구조입니다. 과거 ‘없던 시절’ 적은 돈으로 대회를 커 보이게 하려던 꼼수를 30년째 답습한 결과죠. 올해부터 KLPGA 상금 랭킹에 포함된 LPGA투어 BMW레이디스 챔피언십 우승자 장하나가 LPGA 방식이 아닌 KLPGA 방식이었다면 50만 달러(약 5억8400만 원)를 받아 최혜진에게 내준 상금왕 타이틀을 가져왔을 수도 있었죠.

최저상금제는 확인 결과 아직 KLPGA 이사회에 안건으로 제출하지 않았습니다. 최근 김상열 KLPGA 회장이 사석에서 개인적인 생각을 밝힌 것으로 파악됩니다. 내년 정식 시행까지는 후원 기업에 대한 의견도 수렴해야 하기에 좀 더 지켜봐야 할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