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흉악범’으로 규정한 탈북자 2명의 비밀·강제 북송(北送)은 대한민국 헌법과 유엔 고문방지협약 등 ‘원칙’ 차원에서 많은 문제점을 내포하고 있는데 더해, ‘사건’ 자체만 놓고 보더라도 미스터리투성이라고 할 정도로 많은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상식 차원에서도 납득할 수 없는 정황이 수두룩한데도, 문재인 정부는 쉬쉬하며 서둘러 북송했다. 정부 내부에 이견이 있었고, 합동조사팀조차 급작스러운 송환 결정에 당혹해했다고 한다. 국가정보원과 통일부는 전격 북송에 소극적이었는데 청와대가 주도했다고 하며, 군기 문란에 해당될 정도의 ‘국방부 패싱’ 현상도 표출됐다.

우선, 북한에 인계된 배는 17t급 오징어잡이 목선으로 길이가 고작 15m다. 이 배에서 2명이 16명을 둔기로 살해했다는 것인데 과연 가능한 일인지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자백했다고 하지만, 당연히 사실관계를 규명했어야 했는데 서둘러 북송하고 증거인 목선까지 돌려보냈다. 둘째, 통일부는 귀순 의지가 불분명해 추방 결정을 했다고 했는데, 이들은 판문점에서 안대를 벗고 나서야 북송된다는 것을 알고 주저앉았다고 한다. 자발적 의지에 반한 결정임이 명백하다. 셋째, 북송 작전은 공동경비구역의 한 중령이 김유근 국가안보실 1차장에게 관련 사실을 직보한 것이 드러나며 공개됐는데, 국가안보실은 왜 통일부와 국정원도 소극적인 북송을 속전속결 처리했는지 의문이다. 넷째, 정부는 북한 당국이 이들을 찾고 있다는 것을 감청을 통해 파악했다고 한다. 북한 주장을 그대로 믿고, 거기에 장단 맞춘 것은 아닌가.

이러니 국내외에서 반(反)인도적 처사라는 규탄이 잇따르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전환기정의워킹그룹 등 18개 국내 인권 단체는 북한 주민 강제 북송에 대해 “불법 행위”로 규정하며 정보공개를 요구했다. 영국 의회의 ‘북한 문제 공동위원회’ 공동의장인 데이비드 앨튼 상원의원은 성명에서 “죽음이 도사리고 있는 베를린장벽 너머로 돌려보내는 것과 같은 사실상의 사형선고”라고 지적했다. 상식에 반하는 현상에는 항상 그 배후가 있다. 국민만 모를 뿐이다. 이번 북송 전말을 명명백백히 규명해야 한다. 지난 6월 ‘삼척항 노크 귀순’때도 청와대 안보실의 부적절한 대응이 문제가 됐었다. 이번 일에 대해서 당장 정부 내부에서 진상 규명에 나서야 하며, 엄정한 수사는 물론 국회 국정조사도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