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마니아 사민당, 의회서 불신임
무상의료 약속하지만 실상 달라

공산주의 시절 감시사회 유물도

동유럽에서 정치적 스펙트럼과 상관없이 가장 큰 공통의 적은 정부의 부패다. 특히 청년세대에서 이같이 느끼는 경향이 뚜렷하다. 이념보다 경제적이고 현실적인 삶의 질과 가치에 보다 많은 의미를 두고 있다는 얘기다. 동구권 젊은층이 비리와 권위주의가 만연한 자국의 좌파 정당에 표를 쉽게 주지 않는 배경으로 지목된다.

최근 몰도바 출신 작가 폴라 에리자누는 가디언 기고를 통해 “동구권에서 좌파적 이상과 구호는 전체주의와 연결된다”며 “유권자를 이용하는 포퓰리스트들이 선거를 장악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특히 부정·부패에 염증을 느끼고 있는 젊은 층이 정치권에 대해 갖고 있는 이 같은 인식과 맞물려 기성 좌파 정당을 선택하지 않는다는 분석이 나온다. 실제 동유럽 청년층은 부모 세대처럼 공산주의의 몰락을 직접 보지 않았고, 조부모 세대처럼 굴라그(강제노동수용소)를 경험한 적도 없다.

최근에도 동구권의 좌파 정당들은 당 지도부의 부패 스캔들로 신뢰를 잃고 있다. 동유럽에서 가장 왜곡된 좌파 정당 중 하나로 꼽히는 루마니아의 사회민주당(PSD)은 지난달 의회 불신임 투표에서 패배했다. 리비우 드라그네아 PSD 대표는 지난 5월 공무원 허위 채용 혐의로 실형을 선고받았다. 그는 2016년 선거법을 위반한 데 이어 실세로 군림하며 반부패 관련 법령을 완화하고 검찰권을 약화하는 사법제도 개편을 밀어붙이기도 했다. 지금은 인기가 시들해졌지만,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 안드레이 바비시 체코 총리가 당선됐을 때만 해도 부패 척결 약속이 유권자들에게 먹혔기 때문으로 분석됐다.

동유럽의 사회보장제도에 허점이 많다는 지적도 나온다. 대다수 국가가 정부 지원하에 공식적으로 무상 의료와 무상 교육을 약속하지만 실제로 우크라이나, 몰도바, 루마니아, 리투아니아, 헝가리 등에서는 비공식적인 비용을 지불해야 한다. 병원에서 진찰을 받은 후 팁을 줘야 한다. 게다가 비싼 수술일 경우 보험금에 상관없이 비용을 내야 한다. 학부모가 교사에게 촌지를 주는 행태도 만연해 있다.

감시를 통해 사회를 통제하는 이른바 ‘빅브러더’ 사회의 모습이 남아있는 점도 문제다. 루마니아 정부는 독일, 터키, 캐나다보다 더 많은 예산을 특별요구첩보(SRI)에 사용하고 있다. 부패한 정치인을 옹호하는 듯한 경찰의 태도도 권위주의의 유물이라고 비판받는다. 지난해 루마니아 경찰은 부패한 정치인의 사면을 허용하는 법안의 철회를 요구하는 시민들의 평화 시위를 진압하는 데 최루탄을 사용해 비판을 받았다. 2009년 몰도바 공산당의 부정선거 의혹에 반대하는 대규모 시위에 대한 체포와 구타, 강간, 사망과 관련한 진실 규명은 아직 이뤄지지 않고 있다.

정유정 기자 utoori@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