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정권 출범 직후인 2017년 9월 26일 취임한 김명수 대법원장이 그해 12월 21일 공관에 입주할 당시부터 구설수가 이어졌다. 그런데 감사원이 4일 발표한 ‘공관 리모델링’ 감사 결과를 보면, 단순한 개탄을 넘어 불법 소지까지 우려해야 할 지경이다. 사법 개혁과 신뢰 회복을 앞세워 양승태 전 대법원장 등에 대해 가혹한 ‘청산’을 했지만, 정작 본인 행태부터 사법부 신뢰 확보와 거리가 멀다.

우선, 위법 여지가 짚인다. 감사원에 따르면, 법원행정처는 공관을 개·보수한다며 4억7000만 원을 다른 예산에서 무단으로 끌어와 총 16억7000만 원을 지출했다. 예산 심의 때 국회와 기획재정부가 “10억 원 미만으로 하라”고 권고하며 9억9900만 원으로 제한했지만 이를 무시했다. 전용(轉用)된 예산은 재판의 공정성 강화를 위해 편성한 ‘사실심 충실화 예산’ 등으로 밝혀졌다. 시공사 선정도 공개입찰 방식이 아니라 불투명하게 했다고 한다. 국가재정법 위반이나 직권 남용 등에 해당될 수 있다. 대법원장이 이런 의심을 자초하면서 일반 국민에게 법을 지키라고 할 수 있겠는가.

둘째, 조국 사태가 아직 진행 중인 상황에서 국민에게 또 다른 참담한 위선(僞善)으로 다가온다. 춘천지방법원장에서 파격적으로 대법원장 후보에 지명된 김 대법원장은 춘천에서 버스를 타고 인사청문회장에 나타나고, 대법원장 면담 땐 지하철을 이용했다. 이번 감사 결과를 보면, 당시 그런 행동이 ‘청렴 쇼’ 연출로 비칠 수밖에 없게 됐다. 공관 공사비 중 8억 원은 벽돌이던 건물 마감재를 고급 라임스톤으로 바꾸는 비용이었으며, ‘크레마 오로’라는 이탈리아제라고 한다. 입주 직후에도 호화 집기 구입 등의 시비가 있었다.

셋째, 전임 사법부 청산 이후에 취임했다면, 국민 신뢰를 얻기 위한 노력을 배가하는 게 공인(公人)의 도리다. 외국과의 사법 교류가 필요하다는 명분으로 리모델링을 시작했지만, 지난해 공관에 초청된 외국인은 한 명도 없었고 14차례 연회 대부분 판사들을 초청한 것이었다고 한다. 판사인 아들 부부가 강남 아파트 입주 전까지 더부살이도 했다. 감사원은 법원행정처장에게 ‘주의’ 조치를 내렸지만 수사도 필요한 사안이다. 임종헌 전 법원행정처 차장은 공보관실 예산 3억5000만 원을 전용한 혐의 등과 관련, 공무집행방해에다 예산 불법전용과 국고손실, 횡령죄 등으로 구속돼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