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크게보기한국당, ‘총선 승리’ 외치지만… 황교안(왼쪽 여섯 번째) 자유한국당 대표가 4일 국회에서 열린 21대 국회의원 총선거 기획단 임명장 수여식에서 참석자들과 주먹을 쥐고 파이팅을 외치고 있다. 총선기획단 위원 구성을 두고 현역의원·친황(친황교안)·남성에게 편중됐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연합뉴스

- 한국당 쇄신론 분출

지도부 비판·인적쇄신 요구
초·재선의원 회견 잇따를듯

청년당원들 “인재 영입 잘못”
“영남권 출마 대권주자급 인사
험지 나가 존재가치 증명해야”

‘조국(전 법무부 장관) 사태’ 종료 후 잇단 자충수로 위기에 빠진 자유한국당에서 쇄신론이 동시다발적으로 터져 나오기 시작했다. 21대 국회의원 총선거 1차 인재 영입 발표 과정에서 박찬주 전 육군 대장과 백경훈 ‘청년이 여는 미래’ 대표 등의 적절성 논란으로 당이 다시 휘청이자, 참고 참았던 불만이 공개적으로 표출된 것으로 풀이된다. 현역 의원으로는 유기준·김태흠 의원이 공개적으로 목소리를 냈고, 초·재선 의원들과 청년당원들도 꿈틀대기 시작했다. 쇄신론은 황교안 대표와 나경원 원내대표 등 당 지도부 리더십에 대한 비판과 무사안일주의 경향을 보이는 당내 중진들에 대한 용퇴 요구 등 두 갈래다. 당 지도부가 ‘리더십 쇄신’과 ‘대대적인 물갈이’라는 당 안팎 요구에 신속히 응답하지 않을 경우, 쇄신론의 ‘칼끝’이 당 지도부를 향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당 지도부가 당원들에게 ‘총질’”= 김태흠 한국당 의원은 이날 오전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황 대표부터 솔선수범하고 희생해야 한다”며 당과 지도부를 향해 강도 높은 쇄신을 촉구했다. 지난 2월 황 대표 체제가 들어선 이후 한국당 의원이 공개석상에서 당 지도부를 향해 쇄신을 요구한 것은 이번이 처음으로, 당내에서는 “총선이 5개월 앞으로 다가왔음에도 당 지도부가 리더십을 발휘하지 못하는 데 대한 위기감이 반영된 것 아니겠느냐”는 해석이 나왔다. 김 의원은 “오늘 회견을 신호탄으로 쇄신을 요구하는 또 다른 초·재선들의 기자회견이 잇따를 것”이라고 말하는 등 향후 쇄신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더욱 확산할 것임을 시사했다.

실제 한국당 내에서는 조국 사태 이후 갈피를 잡지 못하고 있는 ‘투 톱(당 대표와 원내대표)’ 리더십에 대한 의원들의 불만이 빠르게 쌓여가고 있다. 한 수도권 의원은 “인재 영입은 우리 약점을 보완하고 중도층을 끌어안는 방향으로 진행돼야 하는데 최근 황 대표는 ‘공관병 갑질’ 논란을 일으킨 박 전 대장을 영입하려 해 되레 논란을 확산시켰다”며 “나 원내대표도 조국 정국에서 ‘셀프 표창장 수여’로 여론의 뭇매를 맞았는데, 이런 지도부의 헛발질이 당 이미지를 더욱 안 좋게 만들고 있다”고 말했다. 유기준 의원은 이날 한 라디오 방송에 출연해 “나 원내대표의 임기는 12월 10일까지로 절차에 따라 다음 원내대표를 선출하는 게 순리이며 (당내에서 새 원내대표를 선출해야 한다는) 여론이 우세한 것으로 알고 있다”며 공개적으로 원내대표 교체 필요성을 거론하기도 했다.

전국 시·도당 소속 청년들도 최근 당내 사태에 대한 쓴소리를 쏟아냈다. 박왕철 한국당 전국 광역시도당 청년위원회 협의회장(제주도당 청년위원장)은 “(백경훈 대표 영입은) 세습이라는 잘못된 관행으로 자기들끼리의 리그를 만들어 가고 있다고 생각하는 청년들이 다수 있다”고 말했다. 청년 당원들이 최근 당내 사태에 대해 의견을 주고받았는데, 이 자리에서는 “당 지도부가 ‘내부에서 총질하지 말라’고 하는데, 당 지도부가 당원들에게 ‘내부 총질’을 하고 있는 것 아니냐”는 목소리까지 나온 것으로 전해졌다.

◇‘영남권·강남 3구 중진 용퇴론’ 표출 = 대대적인 인적 쇄신 요구도 이어졌다. 김 의원은 “총선 준비의 시작은 희생과 헌신이 따르는 인적 쇄신”이라며 “현역의원들도 기득권을 내려놔야 하고 특히 영남권과 서울 강남 3구의 3선 이상 의원들은 용퇴하든가 수도권 험지로 출마하든가 해야 한다”고 말했다. 홍준표 전 대표와 이완구 전 국무총리, 김태호 전 경남지사 등 당내 대선주자급 인사들을 겨냥한 발언이다. 다른 의원도 “무게감 있는 사람들은 당선이 보장된 곳이 아니라 험지에 나가 존재 가치를 증명해야 한다”고 말했다.

장병철 기자 jjangbeng@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