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크게보기

이도운 논설위원

대한민국 헌정사에는 이범석부터 이낙연까지 45대(代)의 국무총리가 등장한다. 장면·백두진·김종필·고건이 두 차례 총리를 지냈기 때문에 사람으로만 따지면 41명이다. 의원내각제를 채택한 제2공화국의 장면만 선출된 총리였고, 나머지는 대통령에 의해 임명됐다. 행정 각부를 통할하는 총리는 일인지하(一人之下) 만인지상(萬人之上)으로 일컬어지지만, 현재 의전 서열로는 대통령·국회의장·대법원장·헌법재판소장 다음이다. 심지어 중앙선거관리위원장과도 의전 순위를 놓고 다투기도 한다.

총리는 잠재적 대통령 후보로 간주되는 경향이 있다. 실제로 총리 출신 대선 후보가 많았다. 허정(1공화국 말 내각 수반)·변영태(5대)·김종필(11대 및 31대)·이회창(26대)·이수성(29대)·이한동(33대) 등이다. 정당의 공식 대선 후보로 선출되진 않았어도 경선에 참여했던 전직 총리는 박태준(32대)·이홍구(28대)·이해찬(36대)·한명숙(37대)이다. 경선에 참가하지는 못했지만 유력한 대선 후보로 거론된 인물로는 노신영(18대)·고건(30대 및 35대)·정운찬(40대) 등이 있다.

실제로 대통령이 된 총리는 최규하(12대)뿐이다. 그러나 선출된 대통령이 아니라, 박정희 전 대통령의 갑작스러운 서거로 승계했으며 결국 쿠데타로 권력을 장악한 전두환 장군에게 대통령직을 양도하는 헌정사 비극의 주인공이 됐다. 지난 28일 이낙연 총리가 1987년 개정된 현행 헌법 체제에서 재임 기간 881일을 넘긴 최장수 총리가 되면서 대선 후보로 조명받고 있다. 87체제 이후 총리 평균 재임 기간이 366일, 꼭 하루를 넘긴 1년이기 때문에 이 총리의 장수 자체도 관심거리다.

대통령이 정권 재창출을 위해 총리직을 통해 잠재적 대선 후보를 키운 경우도 있었는데, 김영삼 전 대통령이 대표적이다. 이회창·이홍구·이수성 총리가 한나라당 대선 후보를 다투는 이른바 ‘9룡(龍)’에 속했다. 이낙연 총리가 내년 국회의원 선거를 위해 더불어민주당으로 돌아간다면, 후임 총리는 누가 될까. 또 다른 잠재적 주자일 가능성이 크다. 김경수·안희정·이재명·조국 등이 검찰 수사로 휘청이면서 이 총리 말고는 아직 변변한 대선 주자가 여권에 뜨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공교롭지만, 야권의 유력한 대선 후보인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도 총리(44대) 출신이다.